▲ 한언철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항문 소양증(항문 가려움증)은 항문 질환으로 내원하는 환자에서 흔한 증상의 하나다. 인구의 1~5%에서 발견되며 남자가 여자에 비해 4 대 1 비율 정도로 많이 발생하고, 다양한 연령층에서 나타나지만 특히 40~50대에서 흔한 편이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나 병태생리는 명확하지 않다.

항문 주위의 가려움증은 시간이 흐르면서 항문 주위 피부 전체와 회음부, 외음부 등으로 확산돼 나타나고 밤에 증상이 심해진다. 소양증이 심해지면 반사적으로 항문 주위를 긁어 피부에 상처를 내고, 이로 인해 2차 감염, 피부 탈락 등의 피부 손상을 일으키게 된다. 이후 가려움증과 긁기의 악순환이 반복돼 점점 증상이 심해진다.

주요 원인으로는 치루, 치핵, 대장염, 종양 등 직장항문 질환 등을 들 수 있다. 경구 테트라사이크린과 퀴니딘, 콜히친 등 일부 약물 복용이 급성 소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대변지림 등의 원인으로 항문 주위의 위생 상태가 불량한 경우에도 소양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 경우 청결 유지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건선이나 습진, 백반증 등의 피부질환과 폐쇄성 황달이나 당뇨병, 호지킨병, 백혈병, 만성 신부전, 갑상선 기능 이상 등 전신적 질환을 앓고 있을 경우에도 항문 소양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설사가 심할 경우 습기로 인한 소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요실금이나 냉증 등 부인과 질환으로인해 소양증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음식물도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다. 커피, 우유, 유가공 제품, 견과류, 콜라, 초콜릿, 홍차, 맥주, 토마토(케첩 포함), 감귤류, 포도, 말린 자두, 무화과, 팝콘, 양념이 강한 음식 등이 소양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소양증은 원인 질환의 치료와 원인이 되는 약 복용을 중단하면 호전을 보일 수 있다. 특히 항문 주위의 청결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변 후 깨끗한 물로 씻어 오물이 남지 않게 하고 마른 수건으로 두드려 건조시킨다. 세척 시 비누사용이나 휴지로 문질러 닦는 것은 피하고, 찬물에 적신 화장솜으로 배변과 관계없이 아침 저녁으로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동통이 있는 경우 드라이어로 건조시키는 것이 좋다. 세척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비데용 물티슈를 사용하고, 꽉 끼고 땀 흡수가 안 되는 속옷은 피하며 좌욕을 하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긁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함으로 자는 동안 가려움이 심해질 경우에는 가벼운 장갑을 착용하고 자도록 한다. 또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여 변비를 예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언철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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