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칸타타’(Cantata)는 이탈리아어 ‘칸타레’(cantare 노래하다)가 어원이다. 17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성악연주곡으로 독창과 중창, 합창으로 된 짧은 곡들로 구성된 음악 형식이다. 보통 소규모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된다. 바로크시대부터 시작된 칸타타는 대개 종교적인 내용의 ‘교회 칸타타’(cantata da chiesa)와 소규모 오페라라 할 만한 ‘실내 칸타타’(sonata da camera)로 나눌 수 있다. 일요일이나 교회의 중요한 축제일을 기념하는 예배용으로 작곡된 ‘교회 칸타타’는 내용과 형식이 간결하고 내면적인 표현을 주로 했다. 반면 ‘실내 칸타타’는 국가의 중요 행사를 기념하거나 특정 인물과 자연, 역사 등에 대한 찬양을 목적으로 하며 형식에서는 가끔씩 극적이거나 기교적인 부분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종교음악으로 이름난 바흐가 ‘커피칸타타’를 작곡했다. 요즘 우리는 광고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TV나 라디오가 없는 시대의 바흐가, 더구나 평생 교회에서 작곡을 하며 살았던 바흐가 1732년 마치 커피를 은근히 홍보하는 듯한 ‘커피칸타타’를 작곡한 것은 매우 이채롭다. 당시 바흐가 살던 라이프치히에서는 커피가 크게 유행했다. 각 가정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물론 라이프치히 시내의 여러 커피하우스도 사람들로 북적댔다. 커피하우스에 사람들이 몰리자 몇몇 커피하우스는 소규모 공연을 여는 등 공연장 역할도 했다.

요즘 우리나라 어느 도시에 가 봐도 커피하우스가 성업 중이다. 자정이 넘어도 앉을 자리가 없을 때도 있다. 밤낮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담소도 즐기는가 하면 혼자 와서 공부하느라 하루 종일 자리를 뜨지 않는 사람도 보인다. 바흐가 살았던 17, 18세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는 커피하우스에서의 공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어찌 보면 커피 홍보음악이기도 하고 희극적인 소규모 오페라 같기도 하다. 바흐는 평생 교회음악에 몰두해 살며 오페라는 한 곡도 작곡하지 않았으나 ‘커피 칸타타’를 보면 그가 희극적인 음악 표현에도 뛰어난 소질을 가지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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