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을 그리고 세상을 읽는다- 2. 울산대공원 장미원-‘카르페 디엠(Carpe Diem)!’

▲ 2018년 5월. 장미원. 94X52cm. 한지에수묵담채.

오늘을 즐겨라. 오늘을 잡아라. 오늘을 살아라.
그렇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살아있고, 살아있다는 기쁨으로, 살아있음의 눈부심으로 살아있다.
꽃구경 하는 지금이 꽃 피는 시간이다.
그러니 지금 장미에게 말과 손짓을 섞어 마음을 전하라.
세상 모든 것은 자기 안에서 스스로 축복을 내리며 꽃을 피운다고.

오월은 신록과 꽃의 계절이다.

신록은 나뭇잎이나 풀잎에다 주로 녹색을 품어대지만 꽃은 산과 들에서 가지가지의 색깔과 향기를 뿌린다. 꽃은 자연에서 피는 꽃도 아름답지만 도시에서 사람 가까이서 핀 꽃이 더 정답고 미쁘다. 오월의 도시는 꽃으로 물들고 꽃은 사람의 마음을 따듯하게 한다. 울산에서 피는 오월의 꽃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눈부신 꽃은 장미. 오월이 오면 장미는 울산을 물들인다. 장미의 향기는 울산대공원에서 퍼져 나와 도시를 유혹한다. 대공원 가로수 길도 덩달아 신록으로 손짓한다. 풍차는 돌고 길은 바람에 실려 오는, 꽃의 향기를 따라 흐른다. 그 향기에 취해 사람들은 꿈속을 가듯 장미원으로 걸어간다. 공업탑에서 동문에서 들어오는 길이 정문 길과 만나 휘돌아 남문 입구 광장에 이른다. 이곳에서 형형색색 장미 골짜기를 만난다. 우리가 매표소를 통과해 장미원에 들어서면 눈부신 무지개 색의 물결, 그 물결을 따라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밀려간다, 솟구친다.

장미원 광장 원형 분수대 물줄기가 솟아올랐다 공중에서 흩어진다. 축제의 팡파르는 울렸다. 우리는 장미 정원을 걷는다. 살아있기에 허공을 걸어가는 꽃의 걸음을, 자태를, 향기를 온몸으로 느낀다. 장미의 자태는 빨강, 노랑, 분홍, 하양, 파랑 색깔들의 잔치. “와~” “야~” “오~” 감탄사의 행렬. 장미의 호흡은 ‘음~’ ‘흠~’ ‘아~’ 두근두근 가슴의 향기. 세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우리가 장미라고 부르는 꽃은 다른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똑같이 향기롭다’한 그 향기. 그렇지만 장미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부르면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향기. 우리는 꽃밭 속을 헤맨다. 햇볕 아래에서 장미는 눈앞을 캄캄하게 한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한눈을 팔거나 서두르지 않고 온몸으로 한순간에 피어나기 때문이다. 꽃 피는 한순간이 꿈이고 도취라면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로마의 서정시인 호라티우스가 ‘짧은 우리네 인생에 긴 욕심일랑 잘라내라. 말하는 사이에도 우리를 시샘한 세월은 흘러간다. 내일은 믿지 마라. 오늘을 즐겨라’고 읊었다.

▲ 울산대공원 장미원 전경.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외친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을 즐겨라. 오늘을 잡아라. 오늘을 살아라. 그렇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살아있고, 살아있다는 기쁨으로, 살아있음의 눈부심으로 살아있다. 꽃구경 하는 지금이 꽃 피는 시간이다. 그러니 지금 장미에게 말과 손짓을 섞어 마음을 전하라. 세상 모든 것은 자기 안에서 스스로 축복을 내리며 꽃을 피운다고.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조차도 자기 안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꽃을 피운다고.

장미는 화려하지만 함부로 몸을 내맡기지 않는다. 장미는 가시로 자기를 보호하고 미를 간직한다. 장미가 아름다운 것은 가시 때문이다. 장미의 입장에서 보면 몸에 박힌 가시는 흠이다, 상처다. 장미가 돋보이는 까닭은 화려하게 피면서 자신이 가진 흠을 감추지 않는 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흠이 있기에 아름답게 빛나는 꽃이 장미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함이 아니라 흠조차 감추지 않는데 있다.

오월은 장미의 이름으로 세상을 부른다. 다른 곳의 장미와는 달리 울산대공원의 장미는 동물원을 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부른다. 장미는 오리를 폭포 아래 놀게 하고 독수리 날개를 쉬게 한다. 장미는 청금강, 홍금강, 왕관, 사랑, 몽크, 모란, 장미 앵무새들을,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청공작, 백공작, 은계. 금계 등 색동새들을 부른다. 장미는 미니 나귀와 염소, 면양, 흥분하면 침을 뱉는 과나코(낙타과), 미니 돼지, 프레리독(다람쥐과), 오소리, 원숭이를 부른다. 장미는 코아티(너구리과), 사막여우, 미어캣을 부른다. 울산대공원 장미 축제는 동물원의, 작고 귀여운 생명들 있어 더불어 빛난다.

아, 장미여. 삶이여. 살아있는 것들이여. 모두 ‘카르페 디엠(Carpe Diem)!’

그림= 최종국 한국화작가 글= 문영 시인·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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