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도시재생과 지역공동체

▲ 이강민 울산미학연구소 봄 대표

공적자금 투입 재개발과 차이
지역공동체 중심으로 이어지면
지원종료후에도 지속발전 가능

◇재개발과 도시재생

현 정부 도시재생뉴딜 로드맵이 지난 3월 발표된 후 전국이 술렁거리고 있다. 울산도 올해 도시재생뉴딜 시범사업이 중구(학성), 남구(삼호), 북구(화봉)에서 벌어진다.

과거 우리는 우뚝 솟은 초고층 아파트를 보면서 발전을 떠올렸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 스펙타클한 경관을 위해 정작 쫓겨 나야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러다 9년 전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2가 재개발과정에서 세입자와 경찰의 충돌로 6명이 죽고 나서야 부동산 공화국의 실체를 보게 된다.

도시재생은 기존 건축을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는 재개발과는 달리, 낙후된 도시를 그 역사와 정체성을 잘 살려 재활하는 것을 말한다.

그럼에도 현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선은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청년실업해소와 지역공동체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기대가 있지만, 반대로 1년에 10조씩 쏟아지는 재원으로 인해 오히려 재개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도시재생, 공동체가 주도해야

1979년에 영국총리로 당선된 마가렛 대처는 신자유주의 기업도시 정책에 따라 민간기업위주의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지역과 계층 간 불균형을 초래하였다.

그러나 이후 토니 블레어 정부는 ‘재개발·재건축’이 아닌 도시재생을 추진하였고, 이 과정에서 지역공동체의 참여와 자치권한이 확대되었다.

이것만 보면 영국과 한국의 도시정책 역사가 판박이인 듯하다. 영국의 공동체 주도의 도시재생은 NDC(NewDeal for Community), 즉 공동체를 위한 도시재생이다.

이는 다시 중심부 재생(urban renaissance)과 주거지 재생(neighbourhood renewal)으로 나뉜다.

중심지 재생은 도시디자인 개선, 기업유치, 중심부 상권 활성화 등이 중심으로 지역공동체나 거주민의 참여가 미미하기 때문에, 공동체 주도 도시재생은 곧 주거지 재생을 의미한다.

지역공동체를 중심에 놓는 이유는 지원이 끝난 이후에도 도시재생사업이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공공이란 이름의 배제

1991년 어느 날 미국의 한 조그만 공원(잭슨 공원)이 시 정부에 의해서 개조되었고, 그동안 없었던 문이 새로 달렸다.

개조작업이 끝난 뒤, 이웃 사람들 한 그룹이 결성되었는데, 스스로를 ‘잭슨 공원의 친구들’이라 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집 없는 사람들이 공원에서 자는 것을 막기 위해 매일 밤 문을 잠그는 것이었다.

이 기사를 실은 타임지(紙)는 ‘잭슨 공원의 친구들’을 공공이라 불렀다. 집 없는 이웃은 이웃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이란 이름으로 완전히 배제된 것이다.

이제 지역공동체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울산은 역사적으로 공동체가 취약하다. 게다가 공동체가 몇 번의 강의를 통해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도시는 꽃 잔치나 축제보다 노동자든 자영업자든, 청년이든 여성이든, 보수든 진보든, 울산 시민 누구에게나 문을 열고, 처음부터 머리를 맞대야 하지 않을까. 행정 레이더망에는 풀뿌리 주민이 안 잡히기 때문이다. 이강민 울산미학연구소 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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