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타선·마무리 고른 조합
짜릿한 역전승만 12번 거두며
리그 3번째 시즌20승에 안착

▲ 한화 이글스 마무리 투수 정우람과 포수 최재훈

이번에는 정말 한화 이글스 ‘보살 팬’들이 가을 무대를 즐길 수 있을까.

일단 한화 팬들은 행복한 봄을 보내고 있다.

한화는 9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방문 경기에서 4대1,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시즌 20승(16패)째를 올렸다.

한화에 앞서 20승에 도달한 팀은 ‘2강’ 두산 베어스(26승 11패)와 SK 와이번스(24승 13패)뿐이다. 한화는 당당히 단독 3위에 자리했다.

▲ ‘만능 타자’ 재러드 호잉

과거 팀 기록을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다.

한화가 20패를 당하기 전, 20승을 먼저 거둔 건 2015년 이후 3년 만이다. ‘마리한화’ 신드롬을 일으켰던 김성근 전 감독의 첫 시즌, 한화는 39경기(20승 19패) 만에 20승에 도달했다.

올 시즌은 2008년 이후 승리 시계가 가장 빨리 돌아간다. ‘국민감독’ 김인식 KBO 고문이 지휘봉을 잡았던 때다. 당시 한화는 올해처럼 36경기(20승 16패)째 20승 고지를 밟았다.

한화가 최근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해인 2007년, 한화는 20승 1무 15패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그해 한화는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성적이 오르면 팀 분위기도 밝아진다.

신임 사령탑 한용덕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고, 선수들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12번이나 역전승을 거두는 짜릿한 장면을 목격한 한화 팬들은 정말 행복에 겨워 “나는 행복합니다”를 외친다.

▲ 시즌 초 반등에 큰 힘을 보탠 송은범

한화는 만년 하위 팀이었다. 2009~2014년, 6시즌 동안 5차례나 최하위에 그쳤다. 석가모니 탈을 쓴 한화 팬이 등장하고, “한화 팬은 보살”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오던 시절이었다.

김성근 전 감독을 영입한 2015년 ‘마리한화 신드롬’을 일으켰지만, 뒷심 부족으로 6위에 그쳤고 2016년 7위, 2017년 8위로 순위가 다시 하락했다.

올 시즌을 시작하며 전문가 대부분이 한화를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했다. 한화 팬들 사이에서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한화는 강력한 불펜의 힘을 바탕으로 시즌 초 상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안영명(2승 4홀드, 평균자책점 2.11), 송은범(3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24), 이태양(1승, 평균자책점 4.35) 등 선발 투수 출신 베테랑들이 허리에서 긴 이닝을 소화했고 서균(6홀드, 평균자책점 0), 박상원(1승 1패, 평균자책점 1.32) 등 새 얼굴이 필승조에 가세했다. 마무리 정우람은 1승 13세이브 평균자책점 1.15로 맹활약 중이다.

한화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3.45로 10개 구단 중 1위다.

선발진이 평균자책점 6.02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지만, 불펜이 워낙 막강해 팀 전체 평균자책점은 3위(4.81)에 올랐다.

타선도 점점 힘을 내고 있다. ‘복덩이 외국인’ 재러드 호잉이 중심을 잡고, 송광민과 김태균이 상대를 위협한다. 양성우와 이성열, 하주석 등 토종 좌타자의 힘도 대단하다.

3·4월 시행착오를 겪었던 한용덕 감독은 유연한 태도로 전략을 바꿔 팀의 약점을 보완했다.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 제이슨 휠러의 KBO리그 적응을 도운 ‘210승 투수’ 송진우 투수코치의 존재도 든든하다.

아직 약점은 있다. 선발진이 불안정하고, 실책(36경기 실책 28개)도 많다. 2008년과 2015년, 시즌 초 신바람을 내다 가을 무대 문턱을 넘지 못한 기억도 있다.

하지만 2018시즌 초 한화에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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