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액션 아닌 실제 스파이 모습에 초점”
두번째 칸行 윤종빈 감독
스파이 정체성 변화 중심
실존 이야기 담아내 눈길

▲ 배우 주지훈·이성민·황정민과 감독 윤종빈(왼쪽 두번째)이 지난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 초청 영화 ‘공작’의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나란히 서서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관객들이 기립박수 칠 때 어떻게 제스처를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그런 DNA가 없어서 너무 민망했습니다.”

12일(현지시간) 칸에서 만난 윤종빈 감독은 계속된 강행군에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전날 ‘공작’ 공식 상영 때는 긴장이 풀려 눈이 감겼다고 했다.

“사실 12년 전 칸에 왔을 때 처음 비행기를 탔어요. 그때 제가 폐소공포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이번에도 장시간 비행기를 타면서 공황이 왔어요.”

윤 감독은 전날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부터 “웰메이드 영화”라는 호평과 함께 “다음번은 경쟁 부문에 초청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분이 빈말은 안 하시는 분이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 실체를 캐기 위해 북한으로 잠입한 실존 안기부 첩보원 이야기를 그린다.

기존 액션 영화와 달리 현란한 액션은 등장하지 않지만 인물간 관계 변화와 치밀한 심리전을 통해 긴장감을 유발한다.

윤 감독은 실존 인물인 ‘흑금성’ 박채서씨 수기를 읽고 영화화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를 찾아가 직접 만나기도 했다.

“수기 자체가 드라마틱했죠. 그 책을 읽고 나니 스파이는 국익을 위해 협상하고 연기하는 것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할리우드식 첩보 액션이 아니라 실제 스파이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습니다.”

윤 감독은 “이 영화는 결국 스파이의 정체성 변화에 관한 이야기”라며 “적이라고 믿은 사람이 동지가 되고, 아군이 적이 되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북핵 위기가 고조된 1990년대 중반부터 남북화해 무드가 조성되기까지 10여 년 세월을 아우른다. 러닝타임이 2시간20분에 달한다.

“너무 방대한 이야기여서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을 맺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남북의 정치적 상황을 다루기에 영화 결말을 끌어내려면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쌓아갈 수밖에 없었죠.”

‘공작’에는 이효리가 중요 장면에 ‘이효리’ 역으로 깜짝 등장한다. 윤 감독은 “이효리 씨가 처음에는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출연하겠다고 했다가 본인이 본인을 연기하는 걸 알고 부담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윤 감독은 중앙대 졸업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로 2005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억압적인 군대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젊은이를 소재로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군대문화를 고발한 작품이다. 이어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군도:민란의 시대’ 등을 통해 감독으로 입지를 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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