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 ‘이타심’
배려와 나눔·친절등 작은 실천이
더불어사는 행복한 공동체 밑거름

▲ 김동휘 월드비전 울산지역본부장

흔히들 인간은 이기적이라 한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은 인간 특성을 설명하는데 자주 사용되는 개념이다. 다윈의 진화론이나 다윈이 설명하지 못했거나 부족하게 설명한 부분을 채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저서에서 주장된 이론의 영향을 받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개념이 되었다.

<인간의 위대한 여정>을 쓴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오늘날 인류를 있게 한 위대한 혁신의 원동력은 ‘이타심’이며 인류 역사는 이런 영적 유전자를 스스로 발견하고 발휘하는 여정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화론과 다른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보고 인류역사를 분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흥미로운 주장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호혜적 이타주의론’에도 강한 의문을 던진다.

아프리카로 가서 한 평생을 의료봉사로 보낸 슈바이처나 우리나라 소록도에서 43년을 한센인 들을 돌보며 헌신하던 마리안느, 마르가레트 두 수녀가 70세가 넘어 거동이 불편해지자 짐이 되기 싫다는 편지를 남기고 2005년 고국으로 돌아갔고 뒤 늦게 고향으로 돌아 간 사실을 알고 언론사에서 인터뷰 전화 시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 한 행위를 어떻게 단순히 호혜적 이타주의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배 교수는 인간의 탄생과 성장과정에서 이타심의 근원을 찾고 있다. 인간 태아는 엄마의 좁은 산도를 통과하기 위해 미성숙한 상태로 세상에 나온다. 이 때문에 출생 즉시 걷기 시작하는 다른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태어난 지 1여년이 지나서야 겨우 혼자 걷기 시작한다. 때문에 아기는 누군가의 헌신적인 도움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게 되고 공감, 배려, 친절, 정의, 희생, 정직을 익히고 배움으로서 인간 본성의 핵심으로 이타심이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다. 공감, 배려, 친절, 정의, 정직이 이타심이라는 씨앗에서 피어난 꽃이라면 컴패션(Compassion), 다른 사람의 고통(Passion)을 자신도 함께(Com)느껴 그 고통을 덜어주려는 애쓰는 마음과 행동이 그 열매라 주장한다.

히브리어에서는 컴패션을 ‘레험(rehem)’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동시에 어머니의 자궁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한다. 어머니가 목숨을 담보로 아이를 탄생시키고, 그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숭고한 노력이 레험이고 인류가 존재하는 힘이 바로 레험인 것이다.

5월8일자 모 일간지에 게재된 울산 한 아파트의 ‘천사 할아버지’ 기사다.

일흔을 훨씬 넘으신 어른신이 고장 난 우산을 깨끗이 수리해서 비 오는 날 아파트 통로마다 비치해 혹 우산을 챙기지 못한 이웃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평소에도 이웃 주민들을 위해 망가진 식탁, 의자 등을 새 것과 다를 바 없이 고쳐주고 있다는 내용이다.

NGO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로서 더욱 눈과 마음이 가는 기사이다. 이 기사 주인공의 행위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조금만 마음을 쓰면 할 수 있는 ‘이타심’의 발현일 것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 어렵고 거창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준 울산의 ‘우산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주민들끼리 가볍게 인사하며 흐뭇한 미소가 끊이지 않는 공동체가 연상된다.

‘이타심’이 우리 생활 현장 곳곳에서 피어 날 수 있도록 기사의 할아버지처럼 내 자신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에 옮기는 것, 이로 인해 서로를 공감하고 배려하는 건강한 공동체를 가꾸는 주체로서 나 자신, 다른 사람의 고통(Passion)을 자신도 함께(Com)느껴 그 고통을 덜어주려는 애쓰는 마음과 행동인 컴패션(Compassion)이 모여 더불어 함께 사는 그런 사회를 그려본다.

김동휘 월드비전 울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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