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공정성 위해 둔 전관예우 근절책
제도적 장치 못잖게 마음가짐도 중요
법·원칙에 따른 업무처리가 불신 해소

▲ 박기준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불공정한 사법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유전무죄, 무전유죄 또는 유권무죄, 무권유죄와 함께 전관예우가 거론된다. 실제와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관예우 관행이 존재하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얼마전 모 대기업 부회장의 상고심 사건에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변호인 명단에서 빠지기로 하였다고 한다. 과거 심리불속행으로 상고기각되는 것을 막고자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상고이유서에 대리인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아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다.

전관예우는 전관 변호사가 사건 수임이나 맡은 사건의 처리에서 이익을 받는 것을 말한다. 사건 관계인의 입장에서 전관 변호사를 선임함으로써 보다 유리한 결과를 얻는 현상을 포함한다.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법원과 검찰 고위직 경력의 변호사들에게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로펌에의 취업을 제한하고(2년간), 변호사협회는 법무부장관, 대법관, 검찰총장 등 법원 검찰의 최고위직 퇴직자에게 변호사 등록을 상당기간 보류하여 사실상 개업을 막기도 한다. 법원장, 검사장 이상의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일정기간(1년간) 퇴직 바로 직전에 근무하던 법원이나 검찰청에 계류중인 사건은 수임하지 못하도록 하였는데, 그 기간을 연장(2년 내지 3년간)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전관예우 현상이 사법의 영역에만 존재하는지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공적 영역이든 민간 영역이든 특정 직역에 근무하다가 퇴직한 경우 과거 몸담았던 직역에서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을 관행으로 보고, 큰 저항없이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러나 재판이나 수사와 같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법의 영역에서 특히 민감한 사안이 되는 것 같다. 사법의 공정성은 분쟁 해결의 정당성 확보와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호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 취업 제한 및 수임 제한 등 제도적인 장치를 둔 것이다.

실제 일선에서 변호사 일을 하면서 느끼는 전관예우의 존재나 강도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 전관 요소가 사건 처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구체적 자료는 없다. 또한 사건 의뢰인에게 가장 좋은 변호인 내지 대리인이 누구인지 하는 것은 전관예우와는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전관을 선임한 경우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런데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였다고 하여 사건 처리결과가 좋은 것만도 아니다. 가장 좋은 변호인 내지 대리인은 사건 의뢰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최선을 다하는 경우라고 확신한다. 즉, 좋은 변호인의 첫째 조건은 자신의 일처럼 사건에 정성을 다하는 경우일 것이다. 불성실한 전관은 성실한 비전관보다 못하다.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 못지 않게 사법종사자들의 마음가짐과 자세가 중요하다. 법과 원칙에 입각한 공정한 업무 처리는 사법절차에서 정의가 왜곡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전관예우라는 불신 요소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사법의 핵심은 공정성의 보장과 이를 통한 정의의 실현이다. 전관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거나 전관 변호사가 선임되었다는 이유로 사건 처리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공정하고 깨끗한 선진 사회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다. 전관예우라는 말이 사라지도록 하는 것은 실질적 법치주의 실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박기준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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