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선 정차차량 300m 이동운전
울산지법, 사고위험 회피 간주

대리운전기사가 도로 한복판에 세워둔 차를 차량소유주가 이동시킨 것은 사고 예방을 위한 ‘긴급피난’에 해당되므로 음주운전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3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24일 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한 뒤 대리운전기사를 호출해 집으로 귀가하려 했다. 그는 부산에 사는 대리운전기사가 지리를 몰라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다리에 끼고 운전하는 것을 보고 “길을 잘 모르느냐” “운전을 몇 년 했느냐” 등 운전 능력을 의심하는 말을 하다 시비가 붙었다.

A씨는 대리운전기사에게 차에서 내리라고 말했고, 대리운전기사는 차를 아산로 KCC 앞 1차선 도로에 세운 채 가버렸다.

그는 대리운전 업체에 다시 기사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사고를 우려해 약 300m 떨어진 주유소로 차를 옮겼다. 당시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40%였다.

A씨는 대피 이후 112에 전화해 “대리운전기사가 운전을 하다 가버렸는데 위험할 것 같아 주유소 안으로 운전해 들어왔다”라고 통화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A씨가 지인이나 경찰에 연락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긴급피난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법원은 “지인이나 경찰이 새벽 시간에 음주운전 차량을 이동해 줄 기대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리운전기사가 차량을 정차한 도로는 정차시 사고 위험이 상당히 높은 곳”이라며 “피고인은 사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필요한 거리를 운전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춘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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