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 못해 폭력적 행동 표출
부정적인 사고의 연결고리 끊고
마음에 신선한 에너지 공급해야

▲ 성인수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대한항공 회장 가족의 잦은 분노가 분노조절장애 또는 충동조절장애로 의심받고 있다. 정신의학 전문의들은 이들 가족처럼 화를 자주 내거나 흔히 ‘욱한다’고 표현되는 분노를 조절 못해 폭력적인 행동을 밖으로 표출한다면 충동조절장애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운동하던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람(43세)을 경찰이 구속했다. 그는 지난 3일 구미시 금오산에서 운동하던 사람(51세) 등 4명을 주먹으로 때리고 휴대폰을 빼앗아 저수지에 던지는 등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다. 지난 4일 대전에서 30대 남성이 모르는 70대 노인을 무차별 폭행했고, 노인을 폭행한 뒤 태연하게 슈퍼마켓에서 담배를 샀다. 원한이나 심한 모욕 등 동기도 없이 폭행을 했다고 경찰이 설명했다. 우울증을 앓던 30대 가장이 새벽에 아내와 세살난 딸, 생후 9개월 된 아들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자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남매는 숨졌고 부부는 중태에 빠졌다.

사회적 갈등 요인들이 해결되지 않고, 점점 쌓여 분노를 촉발하는 기폭제가 된다. 분노의 시대가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온다. 자신을 향한 분노를 우울증으로 심리학에서 정의한다. 왜 우리는 짜증과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조그만 자극에도 쉽게 분노할까? 공황 장애(panic disorder)란 과도한 불안 발작과 함께 다양한 신체 증상들이 예고 없이 나타나는 불안장애의 하나다. 요즘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이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것을 밝히면서 알려졌다.

광장공포증(Agoraphobia)은 넓은 광장에서 불안해지는 것에서 유래하지만 넓다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과도하게 노출될 때 나타난다. 공포증은 광장처럼 넓은 장소에 혼자 노출되는 것, 무대에 올라 말을 할 때의 두려움을 말한다. 예로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남들에게 자신을 혼자 드러내는 일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버스에 모두 앉았는데 혼자 서있을 때 느끼는 불안 등을 말한다. 이제 SNS상에서 자신이 과도하게 노출돼도 광장공포증을 느끼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공황발작 경험자는 집 밖에서 혼자 공황발작을 걱정하면 외출을 꺼리거나 심하면 광장공포증이 생긴다. 광장공포증 환자의 4분의3 정도는 공황장애가 같이 있다고 한다.

이와 대비되는 폐소공포증(Claustrophobia)은 엘리베이터, 터널, 비행기 등 닫힌 공간에 있는 것이 두려운 불안감이다. 탄광막장에서 일하는 광부들이 느끼는 원초적 공포를 이른 말이다.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면 공황발작이 나타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어쩌지 영화에서처럼 떨어지지 않을까 등의 불안한 생각과 답답한 숨과 진땀, 쿵쾅대는 심장과 가쁜 숨, 손도 떨리는, 극도의 불안감과 두려움에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폐소공포증을 해소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공동체(커뮤니티)로 사람이나 자연과 소통하러 나가는 방법이며, 또 다시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타나는 광장공포증을 해소하는 길은 자신만의 공간(프라이버시)으로 숨거나 편안한 집으로 향하는 길이다.

광장에서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심한 경우 범죄로 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를 분노조절장애 의학적으로 간헐성 폭발성장애라 한다. 이러한 공격성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에게 신체적 부상을 입힌다. 분노를 보이기 전에 성급함, 격노, 빠른 생각, 떨림, 심장의 두근거림, 가슴의 압박감, 머리의 압박감 같은 증상이 온다고 한다.

우리는 각종 분노나 공포에 노출된다. 분노를 표출하기 전에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분노가 지속하는 시간은 3분을 넘지 않는다. 화를 낸 이후를 예측해보고, 건강하게 화내는 것이 좋다. 분노에 강해지도록 마음을 바꾼다. 스스로 다짐하는 ‘~해야 한다’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당위적 표현부터 버리자. 부정적 자동사고의 연결고리를 끊자. 마음에 산소같은 신선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자.

성인수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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