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어디서 왔다더냐?”

“하국에서 올라왔다고 합니다.”

광개토태왕은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하국에 온 자라면 막리 왕자라고 생각했다. 거련과 장화왕후, 중신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장화왕후는 막리 왕자를 멀리 하국으로 쫓아내었는데 어찌 임종 소식을 알고 단숨에 달려왔을까 의아해하면서 이걸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태왕의 얼굴빛이 환하게 밝아지며 말했다.

“어서 들라고 해라.”

소리 내어 울던 장화왕후가 시관을 보고 꾸짖으며 말했다.

“시관, 폐하께서는 이렇게 살아계신데 폐하의 승하를 염두에 두고 임종이라고 하니 무슨 망발이냐.”

장화왕후는 폐하에게 다시 읍소했다.

“폐하, 임종이란 말은 폐하의 죽음을 바라는 참으로 참람한 말입니다. 들라고 하신 폐하의 말씀을 거두시고 시관을 물리치는 게 옳을 듯합니다.”

태왕이 단호하게 말하며 꼿꼿하게 앉았다.

“아니다. 이곳은 나의 임종 자리다. 그렇지 않다면 너희들을 왜 불렀겠느냐. 내가 눈을 감기 전에 꼭 한번 보고 싶구나. 당장 들여보내라.”

마치 촛불이 꺼지기 전에 환하게 피어나듯 태왕은 아들 소식에 기력이 회복된 듯했다.

침전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막리 왕자가 아니라 하지왕과 구투야 두 사람이었다. 침전에 부복해 있던 사람들은 낯선 얼굴에 모두 놀랐다.

태왕도 하지왕을 보고 놀라 눈을 의심했다.

장화왕후는 소리를 질렀다.

“아니, 네 놈은 누군데 폐하를 아버지라 칭하며 이 침전에 들어왔느냐? 폐하, 일곱 왕자 외에 달리 숨겨놓은 자식이라도 있었던 겝니까?”

장화왕후는 임종 직전까지 불같은 질투를 멈추지 않았다.

태왕은 아무 말 없이 하지왕을 묵묵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질자로 데리고 있었던 대가야의 꺽감이라는 걸 그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어린 시절 동무였던 거련도 꺽감을 알아보고 말했다.

“너는 대가야의 질자, 꺽감이 아니냐?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하지왕이 태왕에게 무릎을 꿇고 절하며 말했다.

“황송하옵니다. 며칠 전부터 국내성에 들어와 폐하를 알현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문전박대를 당해 왕궁 근처를 전전하고 있던 중 오늘 태자와 왕후와 공주, 고구려 4중신과 태사령이 급히 침전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임종하시리라 생각해 들어왔습니다. 폐하를 아버지를 칭한 것은 용서하여 주소서.”

장화왕후가 기가 막혀 악을 쓰며 말했다.

 

우리말 어원연구

~니다. 【S】nidha(니다), 【E】to be esteem, finish. ‘~니다’는 산스크리트어로 존대를 나타내는 어미로 우리말과 같다. 終(종)의 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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