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공직담당을 뽑는 선거인데도
중앙정치 의제에 가려 지방자치는 실종
이번엔 지방분권·발전역량 보고 뽑자

▲ 신연재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1991년 지방선거의 실시를 계기로 부활된 지방자치제가 어언 30년에 가까운 역사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풀뿌리 민주주의 기반을 조성하기도 했으나 간과할 수 없는 시행착오와 부작용도 쌓았다. 지역 경쟁력 강화, 공동체 의식 제고, 주민 참여의 활성화,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대, 행정 서비스의 개선 등 긍정적 변화도 가져왔지만 소지역주의가 여전히 횡행하는 선거 과정,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 예산의 방만한 운영과 선심성 행정, 주민소환 제도의 결여, 각종 개발 비리 등의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오랜 지방자치의 역사를 가진 다른 선진국들의 경험과 비교하면, 한국의 지방자치는 지방 의원과 단체장을 선출하는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우리의 현 주소는 지방정부와 지방당이 중앙정부와 중앙당에 대한 종속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서 인사권·조세권·입법권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그리하여 지방이 중앙의 일종의 식민지가 되어 자치의 독자성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은 ‘3할 자치’ 내지는 ‘반쪽 자치’라는 자학적 평가를 과장된 것이라고 매도할 수 없다는 것을, 나아가서 과도한 중앙집권제가 우리의 지방자치제를 유아 단계에 구금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역설한다.

우리의 중앙집권제는 지방정부의 공직 담당자를 선출하는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에 대한 심판으로 둔갑시키는가 하면, 지방의 문제보다는 중앙의 문제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지방의 공직 담당자를 선택하게 하는 기형 선거를 초래했다. 관심의 중심을 차지해야 할 지방의 문제들이 남북·북미 정상 회담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등 중앙정치 문제 그리고 난무하는 지역 발전 공약으로 말미암아 관심의 주변으로 밀려난 탓에, 6·13 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 문제는 주요 의제 대열에서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6·13 지방선거는 이런 상황으로부터 형식에 그치고 있는 지방자치를 실질적인 것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해묵은 숙제의 해결을 요구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현대 대의제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는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가장 직접적 과정이자 주권 행사의 구체적 방법이라는 점에서 국민이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주요 통로이다. 일반적으로 전국 단위의 선거는 국민이 표출한 다양한 이해관계를 통합하고 실천할 중앙정부의 공직자를 선출하는 과정이다. 지방선거의 의미는 지방정부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적임자를 선출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지방선거는 지역 발전과 함께 지방자치의 실질화를 주도할 광역·기초 단체장, 광역·기초·비례 지방의원, 교육감을 선출하는 중요한 선택 과정이다.

6·13 지방선거에 참여한 각 후보와 정당에게는 지방분권과 지방등권을 둘러싼 정책 경쟁을 하라는 책무가 주어졌고, 국민에게는 지방정부의 자치를 주도할 적임자를 선택해야 하는 책임이 주어졌다. 그러나 중앙정치 의제와 지역 발전 공약에 가려져서인지, 지방선거인데도 지방자치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오르지 않는 상태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기이한 선거 과정이 펼쳐지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정치지도자 선택의 오류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처럼, 지방 차원에서 공직자 선택의 오류는 지방자치의 발전을 저해한다. 지연, 학연, 혈연에 얽매인 투표 관행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 위에, 지방 공직자가 주민 위에 군림하는 결과를 이따금 초래했던 과거를 거울삼아, 지역 발전 및 지역 경쟁력 강화의 기반인 지방 분권과 지방 등권 추진 역량을 새로운 선택의 근거로 삼는 것이 형해화된 지방자치를 실질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 여겨진다. 신연재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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