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웅 전 울산여자고등학교 교장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깨달으며 배워가는 의미 있는 오월입니다. 이렇듯 활기찬 오월에 뵐 수 없는 안타까움과 후회스런 마음을 간직한 채 제 인생의 빛이 되어주신 선생님을 떠올립니다.

이경원 교장선생님. 임종을 일 주일 여 앞둔 어느 날 선생님을 찾아 뵈었을 때 철없는 제자였던 절 앞에 두고 말씀 한 마디 못하며 안타까워 하던 선생님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마지막 남은 삶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처연히 저를 바라보던 선생님의 눈이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지금에 와서야 어렴풋하게 짐작이 갑니다. 이제껏 삶에 쫓겨 진정에서 우러나는 감사의 말 한마디 못해 항상 죄스럽습니다. 이래서 스승만한 제자가 없나 봅니다.

선생님께선 인자하신 그 때 그 모습으로 하늘 나라에서 편안히 쉬고 계시겠지요. 어느새 이십여년이 지났네요. 철없는 남창중·고등학교 시절, 선생님과 함께 한 그 때를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번져 나오는 그 날의 그 사건이 떠오릅니다.

늦은 봄 어려운 수학이 하기 싫어 수업시간에 교실을 몰래 빠져 나와 팔도병사 묘소에서 친구들과 정신없이 놀다가 선생님께 들켜 교무실로 불려가 호되게 꾸지람을 들은 일 말입니다. 추우나 더우나 버스 한번 타지 않고 때론 걸어서, 때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며 항상 웃으시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언제나 철없고 못난 제자들이었지만 선생님께서는 저희들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말씀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하시어 우리에게 모범이 된 진정한 지도자였고, 큰 스승이었습니다. 훗날 철이 들고나서야 선생님께서 얼마나 가치 있는 삶을 사셨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한없이 순수한 성정을 지니셨던 선생님, 근검절약이 몸에 밴 선생님의 삶, 청렴결백하게 생활하던 그 자취, 그 흔적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선생님께서 베풀어 주셨던 따뜻한 사랑, 몸소 보여주며 모범이 됐던 귀중한 삶의 자세와 소중한 가르침이 있었기에 선생님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오늘의 저희들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생전에 따뜻한 차 한 잔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고 선생님을 저 세상으로 보낸 후에 선생님의 빈자리를 느끼며 안타까운 그리움만 가득하니 저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 밖에요.

지난해 동기회 모임에서 선생님 묘소를 참배하고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선생님, 교육은 경륜이라고 하셨지요. 저는 선생님으로 하여 참다운 스승의 모습을 보았고, 선생님과의 인연은 저에겐 크나 큰 행운이었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힘입어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는 저희들처럼 오늘도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한없는 정성과 열정으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께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선생님을 뵐 수 없는 이 오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새삼 가슴이 저밉니다. 저희들 인생의 빛이 되어주신 이경원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편히 쉬십시오.

이동웅 전 울산여자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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