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의 눈 - 저우바오쑹/블랙피쉬

▲ 어린왕자의 눈 - 저우바오쑹/블랙피쉬
14일은 로즈데이였다. 매출증대를 바라는 화훼업계 마케팅 일 가능성이 높다지만, 계절의 여왕 5월의 장미는 모든 이의 마음 속 빗장을 풀어버릴 정도로 아름다움 그 자체로만 느껴진다.

연인에게 안겨 줄 장미꽃으로는 뜨거운 심장을 상징하는 붉은 색이 제격이라고 여기겠지만 개성만점 젊은 층의 취향을 반영하듯 거리를 오가는 장미 다발은 다채로운 색의 향연을 방불케한다. 꽃가게 아가씨의 설명을 빌리자면 빨간 장미는 ‘불타는 사랑’ ‘열정적인 사랑’이란다. 분홍 장미는 ‘사랑의 맹세’, 하얀 장미는 ‘존경’과 ‘순결’, 파란 장미는 ‘기적’을 뜻한다. 보라색 장미 마저 등장했으니 바로 ‘영원한 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울산의 5월은 장미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산대공원 장미원이 장미축제를 위한 마무리 단장에 들어간다. 울산대공원 장미축제는 18일 시작돼 27일까지 장미원과 남문광장 일원에서 개최된다.

활짝 핀 장미의 자태 속에는 어느 누군가의 이미지가 늘 어른거린다. 전 세계 250여 개 언어로 번역돼 1억5000만부 이상 팔렸다는 ‘어린왕자’ 이야기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이자 ‘한때는 어린이였던’ 모든 어른을 위한 동화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작가 생텍쥐페리가 모두에게 전하고 싶었던 위로와 통찰이 시대와 국경을 넘어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홍콩중문대학 교수이자 정치철학자 저우바오쑹은 <어린왕자의 눈>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어린왕자’ 속 삶의 문제들을 한발 더 깊이 들어가 철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총 15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그 답을 ‘어린왕자’의 내용과 연결해 모색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모으는 건, 어린왕자 속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위기가 우리의 일상과 별다르지 않다는 것. 장미를 정말 사랑했지만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몰랐던 어린왕자의 ‘사랑의 위기’, 어린왕자가 떠나 홀로 남겨진 장미와 5000송이 장미를 만난 어린왕자가 겪었을 ‘정체성의 위기’ 등 진정한 관계 맺기의 어려움, 소통과 이해의 부재, 고독과 외로움을 어떻게 헤쳐가야하는지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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