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과 공동체적 가치 중시
배려·양보하는 가정교육을 통해
안전한 교통문화 정착시켜야

▲ 조정권 한국교통안전공단 울산본부 처장 공학박사

우리나라 교통사고율이 OECD 가입 국가 중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교통 문제에서만큼은 여전히 후진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잘못된 교통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도로에서 흔히 목격되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무질서한 행동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한국가정의 교통문화에 대한 경시풍조를 짐작할 수 있다. 한 가정이 흔들려 불안전한 성격의 소지자를 이 사회에 배출하면 결국 대형 사고를 일으켜 무고한 시민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일이 발생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기억해야겠다. 다시 말하면 가정교육에서 교통안전을 소홀히 하면 결국 교통사고율을 높이는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가정은 한 인간이 성장하면서 부모를 비롯한 여러 가족 구성원과의 유대관계를 가지면서 고유한 가풍 및 문화를 전수하고 또 원만한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행동특성을 학습하는 사회화의 출발점이자 최초의 교육장이다. 부모가 가르치고자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녀들은 보고, 듣고, 느끼면서 모두 배운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와 함께 보행하면서 무단 횡단하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중앙선 침범, 과속, 부당한 앞지르기 등 각종 불법행위를 하면서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자식이 앞으로 사회생활에서 어떻게 행동할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 자녀는 자기도 모르게 부모의 나쁜 습관을 전수받아 이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불법적인 교통행태는 한마디로 가정교육의 부재와 부실에 연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원인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공동체를 강조하는 대가족제도가 해체되고 개인을 강조하는 핵가족제도가 확산·정착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성실과 절제를 중시하는 전통윤리가 퇴색되면서 물질과 개인을 중시하는 서양윤리를 무분별하게 수용했기 때문이다. 셋째,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로 정적인 인간관계가 파괴되고 자신의 이익에 중점을 두는 이해 타산적 인간관계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넷째,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이 출세·실적 제일주의에 중점을 둠으로써 인간성이 풍부한 인격체를 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은 있으되 가정은 없다’는 비판의 소리가 적지 않은 요즘이다. 부모의 권위와 훈율적 기능이 약화된 탓이다. 부모는 절대로 자녀에게 잘못된 행태를 보이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교통문화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자녀가 무단횡단하면 훈계를 하고 왜 위험한지를 대화로 이해시켜야 한다. 대화는 자녀의 지능발달과 강한 정신력, 정서적 안정을 준다. 대화보다는 명령과 금지를 일삼거나 과잉보호와 방임적 태도를 취할 경우 자녀는 사고다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안전하고 행복한 교통문화형성에 기여해야 될 바람직한 인간상은 어떤 모습일까? 능력있는 인간보다는 도덕적·공동체적 인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오랜 역사가 증명하는 바와 같이 한 민족의 존립과 발전은 윤리수준에 달려 있다. 수많은 나라의 부침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바로 국민의 도덕성이 극도로 타락했을 때이다. 오늘의 시대도 마찬가지이다. 도덕적 인간과 더불어 공동체적 인간이 강조되어야 한다. 더불어 다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개인 중심 가치에서 공동체 중심 가치로 그 의식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상호의존도가 심화되어 가는 현실에서 더욱 그렇다.

공동체의식의 전형적인 모습은 교통질서를 지키는 일이다. 내가 양보하고 절제하면 그 만큼 교통은 아름다워지고 편해짐을 볼 수 있지 않은가. 나와 같지 않은 다른 운전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관용적 태도, 내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이타적 생활양식이 도로에서 체질화된다면 틀림없이 우리사회의 교통문제는 이해와 타협 속에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가 조성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모든 가정의 부모는 도덕적 인간과 공동체적 인간의 형성에 가정교육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조정권 한국교통안전공단 울산본부 처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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