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우리가 살아가는데 공기는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것이지만, 그것은 그 소중함을 뽐내지 않고 우리 삶에서 늘 담담하게 존재한다. 가족도 그렇다. 나이가 들고 많은 일들을 경험하면서 평소에 의식하지 못했던 가족이라는 존재의 의미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삶에서의 이슈가 예술가에게는 곧 예술작품으로 연결되는데, 가족의 의미를 회화로 그려내는 작가들을 그리면서 양현준 작가가 떠올랐다. 양작가는 올해 2월에 태국국제아트워크숍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의 작업에는 늘 똑같이 생긴 소녀가 등장하는데 그의 작업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 요즘 유행하는 단순한 캐릭터 그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소녀의 정체에 있다. 화면에서 등장하는 소녀는 바로 작가의 어머니다. 어머니는 현재 작가와 비슷한 또래로 그려진다.

▲ Adult Child (picnic-Xll)-1

그 시절의 어머니를 생각해보니 작가 자신이 경험하고 누리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한다. 자식을 키우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시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작가는 그런 어머니가 늘 고맙고 애틋하다. 그의 작업에서 다른 새로운 경험을 어머니께 선물하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전해진다. 작품 속에 함께 등장하는 애완견은 소녀가 아끼고 보살피는 존재인 작가 자신으로 표현되는데, 그것 또한 즐겁고 행복한 어머니와 늘 함께이고 싶은 작가의 마음일 것이다.

양작가가 ‘콧물 작가’라고 불릴 만큼 그의 작품에서 늘 소녀가 콧물을 흘리고 있다. 그 콧물의 의미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2013년 ‘Adult Child’ 시리즈 작업을 하기 전 ‘여성의 눈물’에 대한 작업을 했다는데 그 눈물과 연관이 있는 것인지, 그저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나타내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사람, 여성, 어머니… 그의 작업에는 늘 휴머니즘이 있다는 것이다. 양작가의 ‘Adult Child’ 시리즈 다음의 행보가 몹시 기대된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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