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네 이놈! 이 자리가 어떤 자리라고 감히 대가야의 왕좌에서도 쫓겨난 거지같은 네가 막리 왕자를 사칭해 들어왔느냐. 당장 이 놈과 저 수상한 자를 끌어내어 뇌옥에 가두어라!”

장화왕후의 말에 중신들도 모두 ‘끌어내어 가둬야 한다’고 말했다.

국상 을력소가 시관에게 급히 명했다.

“시관, 뭐하는 게요! 당장 호위무사를 불러 막리 왕자를 사칭한 이놈들을 포박해 뇌옥에 넣으시오!”

그때 침상에서 몸을 일으킨 태왕이 말했다.

“멈춰라. 꺽감은 막리를 사칭한 적이 없다. 이 자는 나의 아들이 맞고, 하국인 대가야에서 올라온 것은 사실이 아니냐.”

장화왕후가 앙칼진 목소리로 거세게 항의했다.

“폐하, 어찌 꺽감이 폐하의 아들이란 말입니까! 이 집안은 대대로 속이는 사기꾼 집안입니다. 기억나지 않으세요? 폐하께서는 하령왕을 죽인 뒤 왕비 뱃속에 있는 아이는 낳자마자 죽여 대가야의 왕통을 끊어라고 지엄한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왕비는 폐하의 명령을 어기고 아이를 낳자마자 바꿔치기 하여 폐하의 눈을 속이고 모자가 이 왕궁에 뱀처럼 기어들어와 살았습니다.”

“…….”

“나중에 뱃속의 아이를 살린 게 발각이 되자 꺽감은 대가야로 도망쳐 잠시 왕위에 올랐다가 백성의 신망을 잃어 왕위에서 쫓겨나 지금은 거지신세가 된 자입니다. 꺽감이 막리 왕자를 사칭하지 않았다면 겹겹이 쳐진 삼엄한 호위망을 뚫고 어떻게 이 자리까지 들어왔겠습니까? 그리고 꺽감이 대가야 하령왕의 아들이지 어떻게 폐하의 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당장 어전에서 물리치소서.”

장화왕후는 ‘폐화께서 치매에 걸리지 않고서야 어떻게 폐하의 아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장화왕후의 일장연설을 중신들도 거련도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둘은 태왕의 임종 자리에 어울리지 않은 불청객이 분명했다.

하지만 태왕의 생각은 달랐다.

“왕후, 거련이 즉위식을 치르기 전까지는 내가 왕이오. 그대들은 왕후의 명령이 아니라 짐의 명령에 따르도록 하라!”

“알겠나이다.”

모두들 태왕의 말에 부복했다.

“하국에서 올라온 두 사람은 이리 가까이 오너라.”

“예, 폐하.”

하지왕과 구투야는 태왕의 침대 가까이로 다가갔다.

“분명 꺽감이 맞구나. 꺽감은 나의 소후 여옥의 아들이니 법적으로도 꺽감은 내 아들이 분명하다. 그래, 그 먼 하국 가야 땅에서 내가 임종할 것을 너는 어떻게 알고 올라왔느냐?”

 

우리말 어원연구

너. 【S】ni(니), 【E】leader, ruler. ‘자네’는 ‘자니(jani)’의 오기임. 산스크리트어로 ‘jani’는 ‘mister’ ‘miss’ ‘sir’라는 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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