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삼일여고 교사

#우린, 선생님이니까

“아직도 내 마음이 거기까지 닿지 않아 돌아오지 못하는 걸까. 더 이상 숨어 있지 말고 아이들, 선생님 손 꼭 붙잡고 가족들 품으로 돌아와 줘. 나한테 미안해서 그러는 거라면 견디고 견딜테니 제발 돌아와 줘.” 단원고 K선생님의 아내는 팽목항 등대 근처 남편의 옷가지 등이 놓인 자리에, 그의 아홉살 된 아들의 그림 편지와 함께 그렇게 편지를 놔두었다. 30대 후반의 K선생님은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챙겨주며 탈출을 돕다가 정작 자신은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생존한 제자들은 K선생님이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제자들의 탈출을 도왔다고 했다.(사고가 난지 3년이 흐른 2017년 5월5일 어린이날, 선생님 유해의 일부가 가족들 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50대 후반의 Y선생님 역시 제자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입히고,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선실로 직접 들어 가셨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그의 유해는 아직도 제자 2명과 함께 돌아오지 못했다. 자식 같은 아이들을 그 깊은 바다에 놔두고 차마 혼자 올 수 없었던 걸까.) 그렇게 우린 한 명이라도 제자를 더 구하려 안간힘을 썼던 11명의 선생님들을 떠나보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그 즈음, 나는 동료 선생님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게 기억난다. 우린 어땠을까? 그때, 그랬던 거 같다. 그래도 우린 선생님이니까…끝까지 남아 있어야지. 아이들이 거기에 있는데. 고향에 계신 늙으신 부모님이, 집에 있는 가족들이 눈에 밟혀도… 그래도 우린 선생님인데.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

외국인 근로자 1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그들 중 절반 이상이 한국이라는 먼 나라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홀로 외롭게, 힘들고 고된 직종에서 일하며 살고 있는 기러기 아빠들이라고 한다. EBS에서 방영하는 ‘아빠 찾아 삼만리’는 그렇게 아버지를 떠나보낸 어린 자녀들과 아내가 아버지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버지들은 가족이 온 사실도 모른 채,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고국으로 다시 돌아갈 날을 꿈꾸며 묵묵히 일하고 있었다. 가족들은 그런 아빠들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마련하고, 그리고 눈물겨운 그들의 만남이 이어졌다. 그러나 만남도 잠시, 그렇게 헤어지고 나면 또 기약 없는 긴 이별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기에 만남과 이별의 시간은 언제나 가족들의 눈물로 넘쳐났다. 그들은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아버지였다.

내 기억 속의 아버지는 늘 일을 하셨다. 아버지는 터울 차이가 나는 우리 5남매를 건사하느라 오래 오래 일하셨다.(아! 어린 시절의 나는 그게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얼마나 내려놓고 싶었을까.) 아버지들이란 싫든 좋든 자리를 지켜야 하는 존재라는 걸, 힘들어도 오래 오래 꿋꿋이 견뎌야 하는 존재라는 걸, 나는 그것을 나의 아버지와 그들을 통해 보았다.

5월은 따뜻하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어린이날…. 따뜻한 마음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날들이다. 돌이켜 보면 고마운 모든 것은, 언제나 한결 같은 것들이었다.

김경식 삼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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