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광화문 연가, 서울뮤직위크를 마치고

 

네트워크 회의로 참가팀 선정
국악·아랍음악등 무대에 올라
음악인들 공연주선 보람 느껴

나는 지금 광화문이 보이는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서 있다. 통시적인 역사속의 한국을 상징하는 두 인물인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집단 지성으로 타올랐던 촛불의 기억, 그리고 내 청춘의 한 자락이 잠시 머물렀던 곳, 이곳에서 다시 연가를 듣는다.

▲ 이정현 서울뮤직위크 감독 영남대(예술행정학) 강사

지나간 모든 것은 아름답다, 다가올 모든 것은 경이롭다. 올해로 세 번째 서울뮤직위크(사진)를 만들고 있다. 서울뮤직위크는 세계의 음악들이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국제 뮤직마켓이자 음악 페스티벌이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는 세종문화회관과 공동 주최로 5월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한국 21개팀, 해외 20개팀 등 총 41개의 공연이 열렸다. 또한 24명의 해외 페스티벌 감독들과 콘서트 홀 프로그래머가 참가해 국제회의와 네트워킹 미팅을 통해 정보와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누며 아이들의 생일상을 위해 시장에 간 엄마처럼 좋은 식재료(공연)를 찾기 위해 집중한다. 올해도 해외 감독들에 의해 악단광칠, 더 튠을 비롯해 6팀의 한국팀과 굴라자, 아미네 함자 등 7개의 해외팀이 초청되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서울뮤직위크는 같은 기간 대구 수성월드뮤직페스티벌, 청주 재즈토닉페스티벌, 옥천 뮤직페스티벌, 국립중앙박물관, 광명문화회관 등 지역 파트너들과 협업하며 음악의 성찬을 나누고 있다.

서울뮤직위크라는 상위에 놓인 음악들도 아주 다양하다. 한국의 국악, 재즈, 케이팝부터 브라질의 보사노바, 튀니지의 아랍음악, 이스라엘의 예멘음악, 아르헨티나의 팜파스의 노래, 바르셀로나의 일렉트로 듀오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음악들이 함께 공존한다.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백명이 훌쩍 넘는 해외 뮤지션과 참가자들의 촘촘한 입출국 시간표를 보면서, 각 대륙에서 출발한 선들이 한국으로 수렴되어 소실점이 되고 이 점으로부터 다시 세계로 나아가는 음악의 플랫폼으로서의 서울뮤직위크의 존재이유를 다시 생각한다.

나는 지난 10여년간 페스티벌을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아무도 ‘가지않은 길’이었던 음악 분야 국제교류의 길을 내고 충실하게 ‘종사해’왔다고 감히 자부한다. 작년에 창립한 20개국 25개 뮤직마켓인 회원으로 참가한 국제뮤직마켓연합회인 글롬넷(GloMMnet)이 그 성과중 하나다.

매년 열차례 이상 해외 출장을 통해 네트워크를 만들고 정보를 공유하였으며 많은 한국 음악인들이 해외의 유명 페스티벌과 콘서트홀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주선하고 도왔다. 한편 각종 미디어에 해외 공연 기사가 나거나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은 예술가의 몫이고 보면 나같은 사람은 영화 엔딩 크레딧의 흐르는 자막 몇줄처럼 프로그램북 한켠에 박힌 이름석자로 갈음되는 팔자를 가지고 있다. 딱히 불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운명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을 조금 늦게 깨달은 것뿐이니까.

오늘 유난히 광화문 광장이 밝고 넓어 보인다. 이곳에서 어떤 노래를 불러도 연가로 들릴 듯하다. 나는 나의 집 울산을 떠나 서울에서 다시 나의 팔자를 따라 난 길 위에 서있다. 부디 서울뮤직위크는 물론이고 나의 집 울산에 있는 길들도 반듯하게 뻗어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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