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도 높은 주제·영상미 등에
상영후 5분간 기립박수 터져
청년실업등 한국사회 문제점
미스터리하게 풀어내 ‘눈길’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칸의 밤을 뜨겁게 달궜다.

현재를 살아가는 불안한 한국 청년들의 미스터리한 이야기는 외국 관객을 사로잡을 만했다. “지금까지 선보인 경쟁작 중 최고” 등의 호평이 쏟아졌다.

16일(현지시간) 오후 9시 ‘버닝’이 공식 상영된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는 5분간의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극장 안 불이 켜진 뒤 대형 스크린에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의 얼굴이 차례로 비치자 관객들은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세 젊은이 사이에 얽힌 이야기를 미스터리로 풀어낸 ‘버닝’은 밀도 높은 이야기와 주제의식, 뛰어난 영상미,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였다.

택배 회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작가를 꿈꾸는 종수(유아인)는 우연히 재회한 어린 시절 동창 해미(전종서)와 사랑에 빠진다. 영혼이 자유로운 해미는 종수에게 눈에 보이지 않은 고양이를 맡기고는 아프리카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만난 벤(스티븐 연)과 함께 돌아온다. 셋이 함께 술을 마시던 벤은 종수에게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취미를 들려주고, 종수는 그때부터 무서운 예감에 사로잡힌다.

영화는 원작인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의 핵심 설정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청년실업, 사회 양극화 등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미스터리적 요소를 강화해 이창동만의 새로운 영화 세계를 보여준다.

뛰어난 영상미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석양을 배경으로 검은 실루엣만 드러내며 해미가 춤을 추는 장면은 가슴 저릿한 여운을 준다. 조명 대신 자연광을 이용해 찍은 장면들도 주인공들의 처지와 속내를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호평이 쏟아졌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관객의 지적 능력을 기대하는 시적이고 미스터리한 영화”라고 평했다.

마이크 굿리지 마카오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은 “칸에서 본 영화 중 최고였다. 최고의 연출력으로 최고의 연기를 끌어내 심장이 멈출 듯한 경험을 안겨줬다”고 극찬했다.

영미권 온라인 영화 매체인 ‘아이온 시네마’가 집계한 평점은 3.9점으로, 현재 공개된 경쟁작 중 가장 높다.

이날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2000여 석 뤼미에르 대극장은 보조석까지 관객이 가득 찼다. 공식 상영에 앞서 진행된 레드카펫에도 2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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