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일본 도쿄공업대 오스미 요스노리 교수가 2016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인체 면역계의 ‘오토파지’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오토(auto)란 자동을 뜻하는 접두어이고 파지(phage)는 먹어치운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오토파지(autophage)란 세포 노화나 대사과정에서 생겨나는 자기 몸속 불필요한 단백질이나 세포 소기관을 스스로 먹어 치움으로써 깨끗이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면역계에서 오토파지 기능은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 몸속에는 하루에도 5000개에서 1만개 정도의 암세포가 생겨난다. 그런데도 우리가 건강한 이유는 오토파지 기능이 있어 암세포를 면역세포가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서워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도 면역기능의 저하로 뇌 신경세포에 아밀로이드라는 물질이 제거되지 못하고 축적되기 때문이다.

오토파지를 담당하는 면역기능은 여러 요인으로 향상되기도 하고 억제되기도 한다.

첫째, 부정적인 감정은 면역기능을 억제하는 반면 긍정적인 감정은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킨다. 긍정적인 심리상태가 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것을 우리는 흔히 기적이라고 말하지만 이제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엄연한 과학적 팩트가 되었다. 최근 뇌세포들은 면역세포인 임파구와도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를 공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감정이 면역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다. 기분이 좋을 때 분비되는 신경펩티드가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킨다는 말이다.

둘째, 충분히 쉬어야 한다. 바쁜 것이 습관이 되면 안 된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라’는 말도 있다. 그렇지 못하면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다. 과거 우리의 조상들은 지금보다 훨씬 적게 일하고 더 많이 쉬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닌 유전자는 지금의 현대인들 보다 훨씬 적게 일하고 쉬는 구조로 되어 있다. 단 자주 움직이는 것이 좋다. 쉬기만 할뿐 움직이지 않으면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난다. 부정적인 감정은 만병의 근원이다. 반면 움직이면 행복물질이 분비된다. 기분이 좋아도 춤을 추지만 춤을 추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다. 가벼운 스트레칭부터 맨손체조, 산책 등 움직이는 동작은 춤추는 것과 꼭 같은 효과를 가져 온다. 움직임은 일석이조다. 김문찬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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