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민간 전문가에 맡긴다

현대모비스 2대주주인 국민연금

분할합병안 처리 ‘캐스팅 보터’

의결권행사전문위가 찬반 결정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국민연금의 찬반을 외부 민간 전문가들이 결정할 전망이다.

17일 국민연금공단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29일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찬성할지 반대할지, 아니면 중립을 지킬지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의 자체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행사하는 게 원칙이지만 기금운용본부가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은 의결권전문위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현대차 계열사를 제외하면 현대모비스의 2대 주주이다. 주주 확정 기준일(지난달 12일) 현재 현대모비스의 지분은 기아자동차 16.9%, 정몽구 회장 7.0%, 현대제철 5.7%, 현대글로비스 0.7%, 국민연금 9.8%, 외국인 48.6%, 기관·개인 8.7%, 자사주 2.7%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한 현대차그룹 측의 우호지분은 30.2%다.

주주총회에서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의결권 있는 지분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해 3분의 2 이상이 안건에 찬성해야 한다.

최소 요건으로 지분 22.2%의 찬성을 얻으면 통과될 수 있다. 현대모비스의 우호지분만으로도 충족할 수 있는 요건이다.

다만, 외국인 주주들이 대거 주총에 참석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참석률이 높아질수록 통과 기준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외국인 주주가 전부 참석해 모두 반대표를 던지면 부결된다.

9.8%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사실상 안건 통과를 결정지을 ‘캐스팅 보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은 다른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 정기주총 참석률이 통상 70~80%인 점에 비춰볼 때 현대모비스 주주 중 75%가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주주 중 50.0%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호지분을 빼고도 20% 가까운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찬성하면 10%가량의 찬성표를 끌어내면 되지만 반대표를 던진다면 사실상 분할·합병안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김창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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