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회 10곳 중 5곳은 예비심사 생략

▲ 백재현 소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위원들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소위원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 일자리를 위한 3조9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나흘 간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이 정도 추경안을 충실히 심사하려면 최소 2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경험으로 미뤄볼 때 심사 시간만 놓고 따진다면 ‘졸속 심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예결위는 18일 예산안 조정소위원회를 이틀째 열어 추경안의 감액 심사를 끝냈다. 예결위는 심사 결과 53건의 사업을 보류해 여야 예결위 간사들만 참석해 논의하는 소소위원회에 넘겼다. 

19일 소소위에서 보류 항목의 심사가 끝나면 추경안은 증액 심사 등을 거쳐 당일 예결위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여야는 추경안을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뒤 19일 밤 9시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야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면 추경안은 16일 상임위별 심사가 시작된 뒤 나흘 만에 본회의 문턱을 넘는다. 역대 추경안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첫 추경만 해도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본회의 통과까지 18일이 걸렸다. 

여야 합의에 따른 ‘정치 일정’에 맞추다 보니 심사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었다. 여야는 지난 14일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특검 법안과 추경안을 18일에 동시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미 이때부터 ‘초단기간의 심사’를 예고한 것이다. 행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에 대해 면밀한 검증과 견제를 해야 하는 입법부 본연의 역할이 여야 간 ‘정치적 합의’에 의해 밀려난 모양새다. 

민주평화당은 나흘간의 추경안 심사에 대해 “국회 예산심의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짧은 심사 기간이 주어진 데다, 여야 간 이견 등으로 일부 상임위는 예비심사조차 생략했다. 

추경 관련 10개 상임위 중 절반(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추경안을 상정조차 못 하고 원안 그대로 예결위에 넘겼다. 

촉박한 일정 탓에 추경안 심사가 부실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추경안이 지난달 6일 국회로 넘어온 만큼 각 당이 내부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충분했기에 부실 심사는 없었다는 의견도 있다.

예결위의 한 관계자는 “추경안이 국회에 계류한 기간이 길었던 만큼 여야가 그동안 사업들을 살펴볼 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처리 시한을 맞춘다는 명분 아래 소소위라는 ‘밀실 심사’가 이번 추경에서도 관행처럼 반복됐다는 지적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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