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사회부 wslee@ksilbo.co.kr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 염소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지난 17일 오전 9시58분. 그로부터 1분 뒤인 9시59분 한화케미칼 인근 공장 근로자가 메스꺼움과 어지러움, 호흡 곤란 등 염소가스 흡입 증세를 호소하며 119에 신고했다. 특수화학구조대는 10시13분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10시45분 염소가스 누출차단 조치가 완료됐다. 이 때까지 인근 근로자들은 화학물질에 그대로 노출됐고, 최소 29명의 염소가스 흡입 피해자가 발생했다.

화학물질 누출사고시 주민이나 근로자를 신속하게 대피 시켜야 하는 주체는 관할 기초자치단체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으론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구조였다.

당시 염소가스는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주변으로 확산됐고, 인근 근로자나 주민들에게 염소가스 흡입시 위험성을 알리거나 대피시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고 발생 1분 만에 피해를 호소하는 근로자가 생겨날 정도였으니 사고가 발생한 이상 인간의 힘으론 피해를 막을 수도, 적절한 대책을 추진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이 필요하다.

남구청은 이날 사고를 파악한 즉시 구청 내에서 근무하던 연락관 2명(안전총괄과 및 환경관리과)을 3.9㎞가량 떨어진 사고 현장으로 급파했다. 이들은 현장 상황을 파악한 뒤 재난대책본부를 꾸릴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만약 주민·근로자 대피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긴급차량을 타고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한 소방이나 경찰보다 늦게 현장에 도착해 뒤늦은 대피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까.

화학물질 누출사고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소방당국에 주민·근로자 대피 결정 권한을 부여하든지, 현장에서 가까운 동 주민센터의 역량을 강화해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남구청이 울산발전연구원에 의뢰해 오는 8월까지 진행하고 있는 ‘화학물질 안전사고 시행계획 수립 학술용역’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대응방안이 담기길 기대해본다.

이왕수 사회부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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