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의 추락 방지를 위해선
복지와 함께 성장정책도 병행
저성장·양극화현상을 막아야

▲ 김의창 동국대학교 정보경영학과 교수

국가가 안정적이고 국민들이 풍요로운 삶을 영유하기 위해서는 중산층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산층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논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중산층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구성원들의 합의가 없었음에도 중산층 비율이 증가했다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중산층 복원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중산층에 대한 정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에서 중산층을 ‘중위소득 50~150%’로 정의하면서 중산층 계층을 70%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예를 들어 100명이 있다면 50번째로 부유한 사람의 소득이 이 집단의 중위소득이 된다. 25번째 부자부터 75번째 부자까지를 중산층이라고 주장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 중산층 규모는 세부적인 기준에 따라 60.3%(전 가구, 시장소득 기준)에서 69.1%(도시 2인 이상 가구, 가처분소득 기준)로 집계된다. 그 당시 4인가족의 월수입이 180만원만 되어도 중산층이라고 하니 어느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모 연구기관에서 직장인 대상 설문결과 한국의 중산층 기준은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월 급여 500만원 이상, 자동차는 2000 CC급 중형차 소유, 예금액 잔고 1억원 이상 보유 그리고 해외여행 1년에 한차례 이상 다닐 수 있는 계층이라고 답변했다. 중산층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이 정도인데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신자유주의가 휘몰아치는 보수정권 시절 우리나라 인구의 60% 이상이 중산층이라고 하니 어느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2015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중산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9.1%가 자신이 중산층보다 낮다고 답변했다.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인정한 사람의 비율은 19.8%에 불과했다. 정부에서 생각하는 중산층의 기준과 본인이 판단하는 중산층에는 큰 괴리가 있었다.

프랑스에서 주장하는 중산층 기준은 외국어를 하나 정도할 수 있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며,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의 중산층에 대한 정의도 프랑스와 비슷하다. 한국 백과사전에는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문화적 수준이 중간정도 되면서 스스로 중산층 의식이 있는 사회 집단’이라고 되어있다. 사전의 정의와 달리 우리나라는 중산층 기준을 소득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선진국들은 정신적 소양과 삶의 질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 국민이 요구하는 중산층 기준이 너무 경망스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안정적인 수익이 담보되어야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지 않을까?

중산층에 속하는가 여부는 결국 개인 스스로 자신이 중산층임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중산층을 늘리려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늘어나도록 공정하고 풍요로운 사회를 이뤄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중산층을 복원하려면 저성장·양극화의 근본원인부터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극화는 중산층이 축소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고, 저성장은 일자리 공급 능력의 부족으로 중산층을 해체하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저성장·양극화는 중산층 몰락의 주된 요인인 것이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중산층 복원의 실패는 역대 정부에서 추진해왔던 기업우선 전략, 즉 노동자보다 자본가의 이해를 앞세운 정책적 기조가 나타난 결과”라고 주장했다. 또한 “중산층은 대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만이 아니고 중소기업에 근무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이들도 포함된다”며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자영업자 등이 중산층에 진입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와 국민이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지적 소양과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중산층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한계중산층이 저소득층으로 추락하지 않도록 막아야 하며, 핵심중산층으로 상향 이동할 수 있도록 전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한계중산층들의 저소득층 추락을 막는 사회복지 정책과 함께 이들이 핵심중산층으로 상향 이동할 수 있도록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 등 성장 정책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중산층 복원을 기대해 본다.

김의창 동국대학교 정보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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