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눈길 끈 울산배우 오만석

▲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주인공 윤진아(손예진)의 아빠인 윤상기 역을 맡아 열연했던 오만석씨. 경상일보TV스튜디오에서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임규동기자

중학교 2학년때 단체로 연극관람후
막연히 ‘배우가 돼야겠다’ 생각
대학 졸업후 지방극단서 활동하다
문예회관서 20여년간 문화기획자 활동
5~6년 전부터 ‘설렘’ 선택의 기준 삼아
연기할때 편안한 마음 느낄수 있어
당분간 드라마·영화에 전념할 계획
좋은배우 되기위해선 ‘좋은삶’ 살아야
어눌한 말투·사투리도 나의 경쟁력

인기 TV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관심을 가진 것은 ‘예쁜 그들’ 때문이 아니었다. 여자 주인공 윤진아(손예진)의 아버지 윤상기 역으로 나온 오만석씨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가 바로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에 살고 있는, 울산사람이기 때문이다.

오만석씨는 이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까지 울주문화예술회관 기획팀장·울주세계산악영화제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그 전에는 북구문화예술회관 기획담당이었다. 문화기획 담당 별정직 공무원이 되기 전 그는 울산지역 극단에서 연극을 하던 배우였다. 공무원으로 있는 동안에도 간간이 영화와 드라마에 얼굴을 내밀던 그는 올해 문득 사표를 내고 전업 배우의 길로 돌아섰다.

54세라는 적잖은 나이에, 하고 싶은 일을 좇아 20여년 다닌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 그의 ‘용기’가 부러웠다. 꽤 비중있는 역할로 주말 안방극장에 등장한 그의 ‘출세’가 궁금했다. 그래서 드라마를 끝내고 울산에 있는 그를 이슈인터뷰에 초대했다.

-연극배우에서 문화기획자로, 다시 배우로 변신해 안방을 찾아왔다. 배우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나.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의 씨앗은 중2때 생겼다. 경북의 한 시골이 고향인데 그 당시 학교에서 단체 연극관람을 했다. 그 때 배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연극배우가 됐으나 지방극단의 배우는 늘 배가 고팠다. 다행히 문예회관에서 문화기획 업무를 하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찾았다. ‘울주오디세이’ ‘추억의 음악다방’ 등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많이 만들고 보람도 있었다. 그런데 한 20여년 하다보니 더 이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없을 것 같은 한계를 느꼈다. 마침 안판석 감독이 주말드라마의 비중있는 역할을 제안해서 동참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인기리에 종영했다. 주인공의, 그것도 손예진이라는 스타의 아버지라는 비중 있는 역할을 맡게 됐다. 계기는.

“안판석 감독과의 인연은 4,5년 정도 됐다. <세계의 끝>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에 이어 4번째 작품이다. 이번엔 비중이 컸다. 기분 좋고 설레는 마음으로 전업배우의 길을 선택하게 됐다.”

-드라마가 끝났다. 자신의 역할과 연기에 대한 만족도는.

“안감독이 왜 하필 ‘촌’에 있는 나를 선택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에게 있어 나는 연기 테크닉이 뛰어난 배우는 아닐 거다. 다만 오만석이라는 사람의 표정, 말, 호흡, 어설픔, 투박함 등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가 이 작품에서 그리는 아버지상으로 내가 들어왔던 거다. 실지로 그렇게 연기를 했다. 현실의 오만석이 그대로 윤진아의 아빠라고 할 수 있다.”

-배우와 삶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건가.

“좋은 배우, 좋은 연기가 무엇인가를 늘 고민한다. 삶 자체를 예쁘게 살아야 한다. 나쁜 짓 안하고 살면 그것이 얼굴에 남게되고 화면에, 연기에 투영된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선풍적 인기를 얻은 남자 주인공 정해인(서준희)은 일상에서도 매우 바른 청년이다. 그게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

-이 드라마는 물질만능주의와 가족관계, 직장내 인간 관계와 성폭력 문제 등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기본 줄거리는 연상녀와 연하남의 연애 이야기다. 어쩌면 진부한 소재임에도 인기가 높았다.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첫 리딩할 때 안 감독이 50년이 지난 뒤에 보더라도 촌스럽지 않은 ‘진짜 사랑’을 보여주는 명작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감독의 의도에 따라 출연진과 스텝진들이 정성들여 드라마를 만들었다. 파격적인 사건 없이 소소한 사연들을 섬세하게 잡으면서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잠자고 있었던 연애세포를 깨웠다’는 댓글에서 이번 드라마 성공 비결을 읽을 수 있다.”

-주인공의 아버지로서 이 드라마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아버지 윤상기는 한 직장에서 30년동안 열심히 일한 대한민국 중산층의 아버지다. 은퇴 후 아내에게도 가끔 무시당하지만 깨어 있는 의식을 갖고 아이들을 이해하는 좋은 가장이다. ‘우리만 생각하지 말자, 우리만 생각하면 대신 애들이 아파’라는 대사가 와 닿았다. 내아들, 내딸이 아닌 각각의 인격체를 인정하는 가족내 인간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실제 가족관계는.

“꽃차아티스트인 아내는 울주군 두동면에서 찻집을 하고 있다. 큰딸이 27세, 아들이 대학교 2학년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영화와 TV드라마에 출연할 계획인가.

“주변에선 ‘백수’가 된다고 걱정하는데 난 정년이 없는 직업으로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당장에 결정된 후속작은 없다. 체력관리를 하면서 좋은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올해부터 금연도 했다.”

-50대 남자 배우들이 특유의 연기력으로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갖고 있는 호흡과 어눌한 말투, 이런 게 내 경쟁력이다. 의외로 이순재, 신구를 거쳐 한세대 내려오면 배우층이 그리 두텁지 않다. 그동안 교사, 변호사, 목사 등 전문직 역할도 많이 했다. 나만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고 본다.”

-경상도 사투리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드라마는 다양한 캐릭터를 요구한다. 경상도 말도 자신있게 쓰면 된다. 이번 드라마의 안감독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 옛날에는 연기자 하려면 사투리부터 고쳐야 한다고 했다. 그럴 필요가 없는 시대다.”

-간절히 원하던 일을 찾은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설렘이나 기대감이 얼굴에 나타난다.

“5, 6년 전부터 뭔가를 선택할 때는 ‘설렘’을 기준으로 삼는다. 돌잔치에서 아기들이 돌잡이를 하는 것처럼 단순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한다.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온 편안한 마음이다.”

-연극 무대로 돌아올 계획은 있는가.

“연극을 안 한지 10년 정도 됐다. 오래된만큼 두려운 마음이 있다. 지금은 드라마·영화에 전념할 계획이다. 앞으로 연극무대에도 다시 서고 싶다.”

-지방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다가 영화배우로 성공하는 사례가 많아지면 지방 연극 문화도 더 풍성해지지 않겠는가.

“젊은 시절 극단에서 연극을 할 때는 대학로에서 연기를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진짜 연기를 사랑한다면 그 곳이 어디든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서울을 안가도 진정으로 연기를 사랑하며 전념하다보면 길이 있다고 본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오만석 배우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사무국장
-울주·북구문화예술회관 기획팀장
-울산배우협회 부회장 역임
-울산연극협회 사무국장 역임
-극단 울산 대표 역임
-처용문화제 추진위원 역임
-출연 영화 <밀양> <범죄와의 전쟁> <더 파이브> <아가씨> <미인도> <눈발>-출연 드라마 <친구-우리들의 전설> <세계의 끝>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어셈블리>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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