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는 49개의 복지법인이 있다. 이들 법인에서 일하는 종사자는 복지사 등 2000여명에 이른다. 이들 중 다수의 법인은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공공시설과 프로그램을 위탁운영, 실질적인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근래들어 사회복지에 관한 정부지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위탁시설과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그런데 복지예산이 많아지면서 울산지역 일부 복지법인에서 부패가 싹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복지사 등의 종사자들이 법인 대표와 관계자로부터 갑질에 시달린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울산시민연대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복지법인이 복지사 등 종사자에게 후원금을 강요하고 갑질을 하거나 공금을 횡령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울산시가 사회복지현장을 전수조사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무기명으로 제보를 받은 결과 5개 법인에서 갑질과 후원금 강요, 비리와 부조리가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제보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한 법인은 직원들의 인건비를 이중지급한 다음 후원금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공금을 횡령했다. 또 다른 법인의 관계자는 시설 수입액의 일정액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법인대표가 직원들에게 개인 사업장 일을 시키거나 근무 외 시간에 잡무를 유도하는 등으로 갑질을 한다는 불만도 나왔다. 각종 행사에 동원되거나 물품 판매를 강요 당했다고도 한다. 종교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사를 강요하거나 특정 종교의 신도가 돼야 승진을 시키는 법인도 있었다. 지난해말에는 울주군의 한 복지법인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모금을 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지자체 등으로부터 위탁받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복지시설이 공금으로 사욕을 채우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이같은 ‘양의 탈의 쓴 늑대’는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종사자들에게 턱없는 갑질을 하는 법인도 철저하게 가려내 공공시설 위탁에서 배제해야 한다. 위탁법인은 3년마다 지도점검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같은 불법·비리·부패가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는 것은 정기 지도점검이 형식에 그치거나 위탁을 하는 공공기관 관계자와 유착관계에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도덕적 해이도 원인이 된다. 복지기관인만큼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일부 법인의 한정된 문제를 확대해석해 어려운 여건하에서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는 법인까지 뭉뚱거려 범법기관인양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성실하게 일하는 복지사들의 자존감을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엄중한 조사를 통한 명명백백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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