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새가 날아가듯 흔적을 남기지 말라. 무심이란 마음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두지 않는 것. 이성선은 마음을 한 곳에 두지 않는 새의 길을 노래했다(應無所住而生基心 응무소주 이생기심).
‘…하늘에 있으면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땅에 있으면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였다오(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연리지)/하늘과 땅은 장구하나 그 끝이 있지만(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이 한은 끊길 날 없으리라(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장한가(長恨歌)는 당나라 때 백거이가 지었다. 현종과 양귀비와의 사랑을 노래한 이 시의 새(比翼鳥)는 암수가 눈이 한개씩밖에 없어서 눈을 합쳐야 날 수 있다. 또 연리지(連理枝)는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엉겨 하나가 됐다. 현종과 양귀비는 일심동체를 꿈꾸었다. 그러나 백거이는 ‘하늘과 땅이 영원할 것 같지만(天長地久) 그 또한 다함이 있네…’라고 양귀비의 무상을 노래했다.
최근 태화강대공원에 꽃이 만발했다. 이 중에서 양귀비꽃은 그 선혈 같은 고혹적인 매력으로 많은 시민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양귀비꽃 외에 수레국화도 있다. 수레는 불교에서 ‘법륜(法輪)’을 이른다.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려 대중들을 교화하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태화강대공원 수레국화밭에 소복소복 담겼다.
이 가운데 연꽃은 비로자나부처님의 세계(蓮花藏 연화장)를 간직한 신비한 꽃이다. 보살들은 여러가지 꽃으로 부처님의 세계를 장식(雜華嚴飾 잡화엄식)하는데 그 요체가 화엄경(華嚴經)이다. 화엄경에는 그물코마다 보배 구슬이 박혀 있고 거기에서 나오는 빛들이 무수히 서로 비추며 신비한 세계를 만들어 낸다. 이른바 ‘인드라’망 이다. 이 망 때문에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겨나면 저것이 생겨난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스러지면 저것이 스러진다’는 상호원리가 성립한다.
오늘은 불기 2562년이다. 꽃이 만개한 태화강변에 화엄의 세계가 장관이다. 이재명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