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대규모 상업용 유류저장시설을 건설, 우리나라를 동북아 석유거래의 중심지로 키워나가려는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울산신항에 1조9235억원을 투입, 2010년부터 2026년까지 2413만배럴 규모의 세계 석유 물류 중심지로 육성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1단계 사업인 북항지구 30만2000㎡ 규모의 부지매립과 부두건설 등 하부시설은 완료했지만 상부저장시설은 합작법인 출범을 위한 민간투자유치에 실패하면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북항지구 합작법인 구성이 늦어지면서 2단계 사업인 남항지구 사업까지 발목이 잡히고 있다는 것이다. 남항지구도 북항지구와 마찬가지로 울산항만공사가 하부시설을 설치해주면 국내외 투자자로 구성되는 특수법인을 구성해 상부저장시설을 구축하는 형태지만 북항지구에 사업비가 묶인 울산항만공사로서는 남항지구 하부시설 설치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울산시 등에 따르면 당초 한국석유공사가 주축이 된 전담 특수법인 KOT(Korea Oil Terminal)가 5600억원을 들여 813만배럴 규모의 저장시설 등 상부저장시설을 2019년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25% 지분투자를 약속했던 중국 국영석유회사 시노펙의 자회사인 시노마트가 투자를 철회하면서 계획은 틀어졌다. 주주사 구성이 완료돼 합작법인이 출범하기 전에는 공사를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부시설 공사의 전체 사업비 가운데 70%는 석유공사가 회사채 발행 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차입하고, 나머지 30%(1680억원)는 주주사들로 구성된 KOT가 현금 출자한다. KOT의 지분구성 현황은 석유공사가 25%, 프로스타 25%, S­OIL 11%, 한화토탈 5%, 포스코대우 5%, 울산항만공사 4% 등 75%만 확보된 상태다. 관련법에 따라 나머지 25%(420억원)를 확보하기 전에는 상부시설 공사에 출연금을 쓸 수 없다.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수조원대의 사업비를 들여 명색이 국가 신성장 동력사업으로 역점추진한다면서도 42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못해 이 지경에 놓였다.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에 산업부, 해수부, 기재부 등 중앙정부와 한국석유공사, 울산항만공사 등 정부투자기관과 울산시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참여가 미진하거나 각 참여기관이 따로 놀면서 효과적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확실한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다시금 크게 와닿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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