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수년간 공들여온 국립산재모병원 설립 계획이 무산된다는 소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새정부 출범 이후 수차례 타당성 조사를 벌인 결과 BC(Benefit-Cost 비용 대비 편익)가 0.67~0.70으로 낮게 나와 백지화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최소한 0.80 이상은 돼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산재모병원이 BC가 낮다는 것은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규모를 대폭 줄인 것이 그 때문이 아니던가. 그런데 아직도 BC를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자기부정에 다름아니다.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혁신형국립병원이 채택되면서 이같은 결과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울산시민들도 굳이 산재모병원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다만 대학병원 규모의 국립병원이 울산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시민정서다. 산재모병원이라는 전례가 없는 국립병원 건립계획을 세운 것도 울산이 산업도시인데도 산재병원이 없기 때문에 예산 마련이 용이할 것이란 계산에서 나온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산재모병원 백지화가 혁신형국립병원 설립으로 대체된다면 큰 문제는 없다. 기재부의 산재모병원 백지화 선언과 동시에 보건복지부의 혁신형국립병원 설립 계획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일방적으로 산재모병원만 백지화한다면 울산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은 틀림없다.

그렇다고 막연한 계획만 내놓아서도 안 된다. 고용노동부가 기획재정부에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한 것이 2013년 7월이다. 지난 5년동안 동원된 고용노동부와 울산시의 행정력, 시민들의 노력을 돈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액수가 될 것이다. 그 시간과 노력을 그대로 혁신형국립병원 건립에 이월(移越)시켜야 한다. 또다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핑계로 세월만 허비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겠기에 하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벌써 1년이 지나갔다. 임기내 완공한다는 계획 하에 국립병원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일부 지역 의료인들이 제기하는 문제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병상 숫자만 많은 국립병원 설립이 지역 의료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안된다고 말한다. 지금 울산에 필요한 국립병원은 4차산업과 연계한 연구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서울·부산에 한참 뒤쳐진 울산의 의료수준을 한단계 높일 수 있는 의료진과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6·13지방선거가 21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 후보들은 국립병원 설립과 관련한 공약을 분명하게 내놓아야 한다. 울산의 의료현실을 제대로 분석해서 예산확보 방안은 물론이고 타임스케줄까지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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