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교수·수학과

1970년, 매스를 대지 않고도 몸속을 볼 수 있다는 컴퓨터단층촬영기(Computerized Tomography)의 등장은 신비스러울 정도였다.

CT는 신체에 X선을 여러 각도로 쬐어, 투입된 X선 양과 방출된 X선 양의 차이를 측정하는 촬영 기술이다. 촬영하고자 하는 부위를 격자로 나누고, 나눠진 격자에 미지수를 대응시킨다. X선이 격자점을 통과하면서, 투입된 X선 양과 방출된 X선 양의 차이만큼 격자점에서 X선이 흡수된 것이므로, 이를 일차방정식으로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가로와 세로에 두 개씩, 모두 4개의 격자점인 경우에 미지수를 격자점에 대응시킨다. 여러 방향에서 X선을 투입하여 연립 일차 방정식을 얻고, 이를 풀어 X선 강도의 감소율 데이터를 얻는다. 실제는 격자를 잘게 나누므로 미지수의 개수가 많아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고 푸는 것이 불가능하다. X선은 밀도가 높은 부분을 통과할 때에는 많이 감소하고, 밀도가 낮은 부분에서는 적게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X선의 감소율만으로 신체 내부의 영상을 볼 수 없다. X선의 감소율은 신체 내부의 밀도분포이다. 이 밀도 분포를 함수로 구하여, 그 함수를 영상으로 나타낸 것이 우리가 보는 CT 영상이다. 어떻게 밀도 분포로부터 함수를 구할 수 있을까. 어느 한 방향에서 측정한 X선 강도의 감소율은 그 방향의 밀도함수의 적분 값이다. 밀도 함수를 3차원 공간에 그래프로 나타내면, 어떤 방향의 밀도함수의 적분 값이란 밀도함수 그래프를 그 방향의 평면으로 잘랐을 때 생기는 단면의 넓이가 된다.

따라서 X선의 감소율 데이터로 밀도 함수를 찾아내는 문제는 ‘미지 함수의 모든 방향의 적분 값을 알 때 그 함수를 복원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1917년에 오스트리아 수학자 라돈이 구체적인 복원 공식을 찾았다. 즉 라돈은 ‘모든 방향의 단면의 넓이를 알면 입체의 모양을 복원할 수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CT가 임상에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71년 영국의 한 병원이고, 이를 만든 하운스필드와 코르맥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7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라돈의 복원 공식은 컴퓨터와 알고리즘의 발달로 반세기후에 인류에 크게 기여한 CT를 탄생시켰다. 비록 라돈이 사망한 이후이지만. 장선영 울산대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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