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특별취재본부 기자
사람사이에도 약속은 매우 중요하다. 평소 지인과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다음에 점심 한번하자”라고 해놓고 언제 그랬느냐라는 식의 ‘허언’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밥 한번 먹자’는 가벼운 약속이라 할지라도 상대는 분명히 기억하는게 사람사이다. 때문에 약속을 어기면 품격은 추락하게 되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공직자를 선출하는 지방선거 후보 가운데 ‘흐르는 강물도 없는데 다리를 놓겠다’고 하는 헛공약을 남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의결기관인 지방의원보다 인사와 혈세를 집행하는 단체장 후보들의 빈공약은 공직 자질에 결정적인 하자로 귀착된다.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만 더해진 공약도 보인다. 재원 조달방안이나 구체적 실행방안이 없는 포퓰리즘에 가까운 공약도 판을 친다. 후보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라도 한듯 공약이 거의 비슷한 경우도 있다. 보수든 진보든 관계 없이 최소한 공약에는 도시 발전과 주민 복지를 위한 비전이 담겨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낙선하면 공약 실현 자체가 불가능하다보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사실 언론의 역할 중 하나가 유권자들이 참일꾼을 뽑을 수 있도록 공약의 옥석을 가려내는 일이지만 쉽진 않다. 누가봐도 허울뿐인 공약을 허울뿐이라고 지적하기라도 하면 후보자들의 항의가 뒤따를 것이 뻔하다.

유권자들은 선거 때 대충 공약을 내놓고, 당선되면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장기과제’ 등의 형태로 ‘공약’(空約)으로 만들어버리는 경우를 여러 차례 봐왔다.

선거 현장을 뛰어다니며 공약과 빈공약을 날카롭게 분석, 유권자들에게 사실을 전하는 게 기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후보들이 공약(空約)을 남발하지 않고, 실질적인 공약(公約)을 지역민들에게 제시하는 분위기를 유권자와 함께 만들고자 한다.

이왕수 특별취재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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