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부인 홍영혜씨 - 김기현 부인 이선애씨

▲ 23일 거리유세 도중 울산대공원 남문광장에서 우연히 만난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후보의 부인인 홍영혜씨(왼쪽)와 자유한국당 김기현 후보의 부인 이선애씨가 어깨동무를 하면서 환한 웃음으로 인사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대통령 선거와 광역시도지사 선거 등 중·대형 선거에서 후보자 외에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순위를 그려볼때 이른바 ‘0순위’는 후보자의 부인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5·9장미대선에서 집권에 성공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선거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은 물론 제1야당 후보인 홍준표 대표와 안철수, 유승민 후보에 이르기까지 부인과 가족이 전면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6·13 울산시장 선거에 나선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기현 자유한국당 후보의 부인도 남편을 위해 전방위 활동역시 전혀 어색하지 않다. 경상일보 6.13특별취재본부는 23일 두 후보 배우자들의 뜨거운 ‘내조경쟁’ 현장을 리얼하게 따라가보면서 이들의 측면 지원활동을 밀착취재했다.

▲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부인인 홍영혜씨가 23일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남창시장에서 엄지를 들어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선거 나갈때마다 말렸지만
혼자 잘 사는건 의미없다는
남편의 의지 꺾을수 없어
33년간 대학에 몸담은탓에
지난 선거 제대로 내조 못해
이번엔 후회없이 도울것

홍씨는 이날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도착지는 우정성당 앞. 인근도시 기도원으로 떠나는 신도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전날 밤부터 쏟아지던 빗줄기가 하필 더 거세졌다.

억수같은 빗 속에서도 한사람 한사람 일일이 눈을 맞추며 ‘1번 송철호’을 각인시키기 바빴다. 연신 허리를 굽히고 손 흔들기를 여러 차례. 버스가 저만치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 다음 목적지인 선거캠프 사무소로 총총히 발길을 돌렸다.

아침나절 사무소에 들러 선거살림을 챙겨주는 여성위원들을 격려하고 캠프 관계자들이 심기일전 하도록 분위기를 다독이는 것도 홍씨의 몫이다. 사무실 구석구석을 훑어보고, 비품 등을 챙겨본 뒤 다음 장소인 북구노인복지관에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 또다시 달렸다.

홍씨는 가정의 달 5월이 시작된 이후 울산지역 종합사회복지관과 노인회관, 청소년기관 등을 자주 들렀다. 각종 행사가 많았던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 곳에서 만나는 어르신, 여성, 청소년들로부터 지역사회 보건과 복지환경 문제에 대해 가감없는 의견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철호 후보, 마누라 입니다!” “누구라꼬?” “이번에 시장 나오는 송철호 후보, 집사람 입니다!” 귀가 어두운 어르신들을 위해 또박또박 본인을 밝히는게 습관이 됐다. 명함을 건네며 “1번 입니다”라고 또다시 눈을 맞췄다.

7전8기 선거에 도전한 남편을 원망한 적은 없는지 물었다. “나올 때마다 말렸지요. 그때마다 ‘나혼자 잘 사는 건 의미가 없고,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는 남편 의지를 꺾을 수 없었죠.”

선거에 임하는 자세는 늘 새로웠지만, 이번만큼은 더 확실히 달라졌다. 33년간 대학강단에 섰던 그는 지난 2월 춘해보건대학(간호학과 교수)에서 정년퇴임했다. 과중한 업무로부터 해방된 그는 지난 선거를 되돌아보며 “열심히 한다고는 했는데, 제대로 내조를 못했다. 이번엔 후회없이 남편을 도우려한다”고 말했다.

홍씨는 점심식사도 거른 채 남구 울산대공원 남문광장을 거쳐 울주군 남창옹기종기시장으로 일정 수행을 위해 정신없이 달렸다. 비그친 한낮의 뙤약볕이 공기 중 습도를 높여 후텁지근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과일과 채소노점, 생선가게 등을 차례로 섭렵했다.

난전의 할머니와는 눈높이를 맞추기위해 아예 바닥에 함께 퍼질러 앉았다. “송철호, 마누리 입니다!” 할머니가 또다시 물었다. “누구라꼬?” 홍씨가 이번엔 한 손의 엄지를 척 세웠다. “시장선거 나오는 기호1번 송철호 입니다!”

젊은 시절 첫 만남에서 송 후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고 한눈에 반했다는 홍씨. 처음에는 목소리에 반했지만 지켜볼수록 타고 난 리더십에 반하게 됐다며 “함께 고민하는 동지가 되려고 한다. 그토록 갈망하는 기회가 이번엔 꼭 남편에게 돌아오길 바란다”고 했다.

▲ 자유한국당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 부인인 이선애씨가 23일 울산시 남구 수암시장에서 V자를 만들어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고교시절 봉사하며 첫 만남
정치야말로 궁극적 봉사라는
남편의 말에 정치 입문 허락
각종 쓴소리 감내할수 있지만
측근비리 방치한듯 몰려 답답
시간이 지나면 다 밝혀질것

이씨의 하루도 바삐 돌아갔다. 이씨는 요즘 하루에 7~8개의 스케줄을 소화하고 밤 11시가 넘어서야 귀가하지만 다음날 아침 7시면 양주머니에 기호2번 김기현이라고 적힌 명함을 두둑히 넣고 어김없이 집을 나선다.

23일 오전 8시 동구 방어진농협 앞에서 이씨는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인사를 나눴다. 버스에 올라 인삿말도 했다.

“좋은 시간 보내고 오세요. 즐거운 생각으로 가끔씩 우리 ‘김기현’도 떠올려 주시고요.” 지각을 한 마지막 여행객까지 기다린 끝에 이씨는 출발하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 배웅하는 것으로 첫 스케줄을 마무리했다.

비가 오고 궂은 날씨였으나 이씨의 얼굴은 누구보다도 밝았다.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씨의 별명은 ‘미소천사’다. 매일 강행군을 하면서도 항시 웃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김 후보가 바쁜 일정으로 인해 가지 못하는 민심 밑바닥을 찾아다닌다.

이런 이씨의 노고를 잘 아는 김 후보는 지난 17일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씨에게 손수 쓴 편지를 읽어 감사함을 전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살뜰히 챙기는 소문난 잉꼬부부다. 고교시절 교회에서 만나 함께 봉사활동을 다니며 처음 만났다. ”

첫눈에 반한 김 후보가 이씨에게 손편지를 전한 것이 인연이 돼 결혼에 골인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컸지만 그럼에도 김 후보가 정치에 입문했을 때는 가슴이 철렁했다. “평소 남편이 사회에 어떻게 이바지하고 싶은지 이야기 해온데다 정치야말로 궁극적인 ‘봉사’라고 했을 때 남편말을 받아들여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남편의 ‘봉사’라는 말에 결국 정치 입문을 허락했을 정도로 이씨는 봉사활동 사랑은 대단하다. 김 후보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부터 오래기간 봉사활동을 해왔고, 정치에 입문한 뒤에도 조용히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남구 국민체육센터를 거쳐 방문한 도산노인복지관에서는 오랜 봉사활동으로 인연을 맺은 봉사자들이 반갑게 이씨를 맞았다.

이어 수암시장에 도착한 이씨는 “우리 남편, 기호2번 김기현 팔러 왔습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시장상인의 팔짱을 끼었다. 시장상인도 그런 이씨가 싫지 않은 듯 손등을 두드려 화답했다.

하지만 이씨를 반기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었다. 국정농단과 탄핵 등 지난 정권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내는 유권자를 만날 때면 “더 잘하겠습니다”라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비판은 무섭지 않다. 잘한 일에 칭찬을 받듯 잘못한 일은 응당 비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엔 잘못하지 않은 일로 비판을 받아 힘들다”며 최근 김 후보를 둘러싼 측근 비리 수사논란에 대해서도 운을 뗐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 밝혀지겠지만 남편이 측근 비리를 방치한 것처럼 몰려 답답하다”면서도 “열심히 해 온 만큼 시민들이 옳은 판단을 해주실 것으로 믿고 투표날까지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진 문화부장·김현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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