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모병원 건립 끝내 좌초
관련 지역현안 타격 불가피
법·제도적 장벽 만만찮아
지역사회 협력체계 절실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산재모병원이 사실상 좌초(본보 23일자 1면 보도)되면서 울산시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혁신형 공공병원’ 설립으로 국립병원 유치전략을 전격 수정하며 발빠른 대응체계 구축에 나선다.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점은 있지만 혁신형 공공병원 또한 법과 제도적 장벽이 높아 지역사회의 전략적 협력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25~28일 백지화발표 예상

23일 울산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25~28일께 산재모병원의 예타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당초 23일 발표하려고 했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종 예타보고서 작성작업이 다소 지연되면서 늦춰졌다. 기재부는 예타보고서가 넘어오면 재정심의위원회를 열고 예타결과를 공식화한다.

울산시가 참여한 예타 최종 점검회의에서는 BC(비용대비 편익)가 기준점이 1에 못미치는 0.6~0.68에 그쳤을 뿐 아니라 정책성과 지역균형발전 항목도 낮은 점수를 받아 종합평가(AHP)가 기준점인 0.5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AHP 평가는 경제성(40~50%), 정책성(25~35%), 지역균형발전(20~30%) 등 3개 항목별로 가중치(합계 100%)를 두고, 조사에 참여한 연구진이 평가 항목별 비중과 점수를 계산해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울산시, 국립공공병원 전략 수정

예타조사 통과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판단한 울산시는 대통령의 공약인 ‘혁신형 공공병원’으로 울산의 국립 공공병원 건립 사업 전략을 속도감 있게 변경하고 있다. 울산시가 검토하는 혁신형 공공병원은 연구기능(R&D)을 갖춘 500병상에 사업비 2500억원 규모다.

시는 2019년도 정부예산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혁신형 공공병원 사업비 439억원을 보건복지부에 신청한 상태다. 시는 예타신청 기획연구용역 및 보고서 작성을 위한 용역비 확보에도 나선다. 산재모병원에 앞선 사례를 볼 때 예타 통과는 그리 녹록치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2004년 국립 공공병원에 대한 예타가 이뤄졌지만, B/C(비용대비 편익)가 0.2%대로 최악의 수준을 기록하면서 사업은 좌초됐다.

울산시는 편익항목 적용 등 예타제도 개선을 적극 요구하고, 특히 SOC 사업의 전문 조사기관인 KDI가 아닌 R&D 등 과학기술분야의 전문기관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예타 조사기관으로 선정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울산시는 공공병원 부지 선정에 나선다. 시는 기존 산재모병원 부지(UNIST 일원)를 포함해 5개 구·군에 후보지를 공모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후보지를 2개로 압축해 정부에 신청한다.

◇산재모병원 좌초로 현안사업 타격

산재모병원이 백지화되면서 울산시가 그려온 현안사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울산시는 수도권에 버금가는 높은 의료 서비스 확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UNIST와 연계, 전국 산재병원 10곳과 산재관련 의료기관 16곳을 통합·관리하는 산재모병원으로 의료 시술과 국가 경제를 이끌 바이오메디컬 산업을 육성하려 했다. 당장 바이오메디컬 산업단지 사업과 재활에 특화한 3D프린팅 산업 육성에 대한 사업계획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산재모병원이 백지화 된 지금, 지역사회가 힘을 모으지 않으면 울산의 숙원인 국립 공공병원 건립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정부의 취지와 울산시의 장기비전을 담은 혁신형 공공병원 설립에 행정력 결집은 물론 지역정치권 또한 초당적인 전략적 협력체계 구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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