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주의보 발령됐지만

야외 공공시설 예약취소 안돼

대기법도 주의보·경보 단계뿐

강제성 아닌 권고 수준에 그쳐

▲ 24일 울산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까지 올라간 가운데 남구 태화강 둔치에서 동호인들이 마스크와 안경을 쓰고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미세먼지에 따른 ‘잿빛 공포’가 일상생활과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지만 정작 일부 제도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날로 미세먼지에 대한 심각성이 더해지는 만큼 관련 규정에 대한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24일 중국발 황사의 영향을 받은 전국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까지 치솟았다. 울산의 경우 오후 3시 현재 기준 미세먼지 시간 당 평균이 82㎍/㎥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하지만 이날 오후 12시 울주군 화산리의 시간평균 최고값이 185㎍/㎥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는 등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문제는 미세먼지가 이처럼 시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부 규정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최근 울산시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시민의 민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가운데 기준치가 넘어선 울산도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당시 시에서는 시민들에게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며 미세먼지 주의보 문자를 보냈다. 축구동호인이던 시민은 한달 전 예약한 체육시설 취소를 위해 울산시설공단에 문의했는데 ‘환불규정 상 천재지변과 우천이 아니면 환불이 안된다’는 의외의 답변을 듣고 황당했다. 한쪽에서는 미세먼지가 심각하니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데, 한쪽에서는 미세먼지는 규정에 없다며 나몰라라하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

공단 체육시설에 대한 환불규정은 시 ‘체육시설관리 운영 조례’를 근거로 한다. 조례 상 미세먼지와 관련한 언급은 없다.

조례의 근거가 되는 상위 법도 현실과 동떨어져있기는 매 한가지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상 미세먼지는 대기오염경보 단계가 주의보와 경보로 그친다. 이는 오존(O3)이 경보 윗 단계인 ‘중대경보’ 단계까지 마련된 것과 사뭇 다르다. 중대경보가 발령되면 정부와 지자체는 주민의 실외활동 금지를 요청할 수 있고, 자동차의 통행금지 및 사업장의 조업시간 단축명령 등 다소 강제성을 띤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경보는 ‘제한요청’ 등의 권고수준에 그친다.

오존으로 조기 사망하는 사람보다 미세먼지로 조기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점에서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법을 떠나 시민 건강을 우선으로 한 지자체 대응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미세먼지와 관련한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인 상황이다. 법 개정이 이뤄져야 거기에 따라 조례도 현실에 맞게 바꿀 수 있다”며 “미세먼지 대응과 관련해 영유아 및 어르신 등 취약계층을 위한 실무매뉴얼은 갖추고는 있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날로 커지는 만큼 관련 기관 및 부서들과도 현실성에 맞는 대응을 위한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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