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가 시대의 관상을 무시하고
멋대로 밀고 나가면 고통은 국민몫
이번선거에서 현명한 한표 행사를

▲ 홍종오 영화감독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시지회장

때는 1453년 계유년. 세종의 뒤를 이은 문종은 병약한 자신의 대를 이을 어린 아들 단종을 걱정해 역모를 일으킬 수 있는 자를 찾아 제거하고자 한다. 당시 관상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인재 등용을 위한 관상까지 보고 있던 김내경(송강호)은 왕으로부터 역모를 일으킬 관상을 찾으라는 명을 받고 곧 수양대군을 역모 관상을 지닌 자로 지목하게 된다. 당시 충신으로서 넓은 입지를 가지고 있던 김종서는 곧 역모의 상 을 가지고 있는 수양대군을 제거하는 작업에 착수하게 되는데….

영화 ‘관상’은 왕의 자리가 위태로운 조선, 얼굴을 통해 앞날을 내다보는 천재 관상가가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관상이라는 큰 기둥을 중심으로 시대를 뒤흔든 역사적인 사건과 역사의 광풍 속으로 뛰어든 어느 한 사람의 기구한 운명, 그리고 뜨거운 부성애, 각기 다른 얼굴만큼이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욕망까지 스토리에 담아내고 있다. ‘관상’은 인간의 얼굴에 그려진 운명의 지도를 읽어내면서도 그와 함께 시대의 면모를 꿰뚫어보는 힘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특히 지도자들의 관상이 영화의 주제가 되고 있다.

관상의 유래는 대략적으로 기원전 21세기 이전의 한나라 요임금과 순임금이 인재를 등용할때 관상을 활용했다는 문헌이 있으며 흔히 관상학의 기원을 논할 때 중국의 동주시대 내사(內史)벼슬을 지낸 숙복(叔服)을 시조로 삼는다. 신라시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전해지는 관상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가장 활발하게 유행하며 관상학으로 발전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권력가들이 관상가를 가까이 했었다는 기록은 자주 있다. 한나라의 고조 황제 유방의 장인인 여공은 우연히 유방의 관상을 보고 장차 황제가 될 것을 예언, 자기의 딸과 혼인을 시켰으며 그것이 계기가 돼 유방은 큰 뜻을 품고 군인으로 입신하여 후일 황우를 물리치고 황제가 되어 관상학에 심취했고, 관상가들에게 특별한 대우를 해주었는다는 기록이다.

경영의 귀재라던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당시 백운도사로 불리던 유명한 관상가를 가까이 한 이유는 자신의 사업이 커가면서 인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절감했고, 사람이 많다 보면 개중에는 반드시 조직에 해를 끼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도 더불어 알게 되면서 요직에 등용할 사람에게는 관상학적 측면에서도 하자가 없는지 보게 되었고, 심지어는 채용 단계에서부터 이를 가려내고자 하는 욕심에 심지어 신입사원 면접에까지 직접 참여한 것은 그만큼 좋은 인재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삼성이 10여 년 전 모 변호사를 채용했다가 그룹 전체가 아수라장이 된 적이 있는데,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관상을 잘 보고 채용했어야 하는데…”

과거시험제도에 회의를 느낀 백범(白凡) 김구(金九)는 어느날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얼굴을 면밀히 관찰해보았다. 어느 한군데 귀하고 부하고 좋은 상은 없고, 천하고 흉한 상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구해다 준 관상학의 일종인 <마의상서(麻衣相書)>를 탐독했다. 그 관상서에는 “얼굴 좋은 것이 몸 건강한 것만 못하고(相好不如身好), 몸 좋은 것이 마음 착한 것만 못하다(身好不如心好)”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문구를 보고는 무릎을 치며 얼굴 좋은 사람보다 마음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 백범이다. 그는 곧 관상서를 덮어버리고 역사학, 병학 등의 학문에 진력해 민족의 지도자가 됐다.

“인재 1명이 천명, 만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잘 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대로 지도자가 시대의 관상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현실을 밀고 나가면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떠넘겨진다는 메시지도 남긴다. 선거의 계절이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당과 개인의 영달이 아닌 울산과 울산의 미래, 울산시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바라며 유권자의 한 표가 아닌 시민으로, 관상(얼굴)이 아닌 심상(마음)으로 다가오길 바라며 현명한 시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해 본다.

홍종오 영화감독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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