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울산시 산하 구·군청의 공공청사 건립 계획이 급증하고 있다. 구·군이 현재 추진중인 건물만 해도 5개 구·군청에서 모두 문예회관 건립을 계획하고 있고 이외에도 청소년 수련원과 여성문화센터 그리고 장애인 체육관 건립 등이 포함되어 있다. 울산시는 광역시로 승격된 후 행정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청사 건립 역시 이에 상응해야 한다고 보면 일선 행정기관에서 공공 건물을 건립하는 것을 무조건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런데 문제는 공공청사를 짓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드는데 각 구·군청에서 이 사업을 뒷받침 할 예산이 없다는데 있다.. 실제로 이번에 일선 행정기관에서 추진중인 공공건물 중에는 예산이 수 십억원을 넘어서는 건물이 적지 않다. 그리고 일부 구청의 경우 예산이 없어 지방채를 발행하면서 까지 추진중인 사업도 있다. 이와 관련 구·군청에서는 이번에 추진중인 사업들이 당초 IMF 때 계획했으나 그동안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미루어왔던 사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국가적으로 IMF를 극복했다고 하지만 아직 울산시의 재정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다는데 있다. 울산은 광역시로 승격된 후 재정상태가 매년 악화되고 있다. 우선 올해의 재정자립도를 보면 62. 1%밖에 되지 않아 지난해 74.3%에 비해 무려 10. 2포인터가 떨어졌다. 이런 상태에서 일선 구·군이 공공건물을 서로 경쟁적으로 지을 경우 울산시의 재정 상태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할 수 있다.

 공공건물을 지으려는 이면에 깔려 있는 단체장들의 과욕에도 문제가 있다. 지방 선거가 6월에 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보면 현 단체장들은 이런 새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한 사업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대형공사가 착수되는 것은 단체장들이 자신의 재임기간에 큰 일을 해 놓겠다는 과욕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단체장들은 이와 관련 주민편의를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울산시민들 중 시의 재정이 어려운데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이렇게 많은 돈이 소요되는 공공건물을 건립해 줄 것을 바라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왜냐 하면 시의 재정이 어려우면 이 부담이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공공건물 건립과 관련 단체장들이 다시 한번 어려운 시의 재정을 생각해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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