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담화에 화답…"열린다면 6월 12일 싱가포르서" 원상회복 시사

▲ 트럼프 "북미회담 한다면 싱가포르서 내달 12일 열릴 것"
(워싱턴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을 한다면 싱가포르에서 내달 12일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습

[경상일보 = 연합뉴스 ] 북미 간 비핵화 입장차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되는 듯했던 6·12 북미정상회담이 하루 만에 '원상회복'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전날 '공개서한' 형태로 취소를 통보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회담 개최 복원을 위한 북미 간 물밑 접촉 상황을 전하며 '유턴'을 시사, 그 불씨가 급격히 살아나면서다.

    멈춰서는 듯했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시계가 다시 급박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하루 사이 '회담 무산 통보→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회담 개최 희망' 담화 →트럼프 대통령의 환영 트윗' 등으로 이어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판이 출렁이고 있다.

    '거래의 달인'을 자임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판 깨기'를 감수하며 지렛대를 극대화하려는 '충격요법' 카드를 꺼내 들어 일정 효과를 거뒀다는 이야기가 워싱턴 외교가에서 나올 정도다.

    미국 측에 맹비난을 퍼붓던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 일단 주도권을 다시 회복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양측간 막후 실무접촉이 재개됨에 따라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했던 북미정상회담 개최 문제가 '벼랑 끝 밀당'을 통해 극적 돌파구를 마련, 세기의 비핵화 담판이 최종적으로 재성사될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논의 중"이라며 양측간 물밑접촉이 재개됐음을 전하며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북한)은 그것(북미정상회담)을 무척 원하고 있다. 우리도 그것을 하고 싶다"며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이어 저녁에 올린 트위터 글에서는 이보다 6·12 싱가포르 회담 성사 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우리는 정상회담을 되살리는 것에 관해 북한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며 열린다면 원안대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요시 연장될 수 있다고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깜짝 놀랄만하고 어질어질한 반전"이라며 북한과의 말 폭탄 전쟁 끝에 정상회담 수락을 통해 화해모드로 급선회했던 때 만큼이나 현란한 '외교적 댄스'를 보여준 사례로 꼽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고위험 회담'에 대해 다시 문을 열었다"며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급반전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보여준 '외교적 롤러코스터'는 특유의 협상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그가 이날 '북한이 게임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누구나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자신을 '거래의 달인'으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미 양측 사이에 오간 '말의 전쟁'이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극적 선회에 대해 "통상적인 주고받기"라고 말한 것이나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이 과정상의 "우여곡절"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김 제1부상이 전날 담화를 통해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며 회담 개최 의지 재확인과 함께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데 대해 '화답'을 하는 연장 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트위터에서 이 담화에 대해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라며 "아주 좋은 뉴스를 받았다"고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분위기 급반전 속에 회담 재성사 가능성에 대비, 30명가량의 미국 측 선발대도 오는 27일 싱가포르로 떠나기로 한 일정을 아직 취소하지 않은 채 여전히 출장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이에 따라 북미 간 물밑타진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최종 향배가 주목된다.

    이 경우 당초 이번 주말로 예정됐던 것으로 알려진 '싱가포르 실무접촉'이나 그 후 점쳐졌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간 고위급 대화 등도 재개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의 최대 의제로, 양측이 그동안 이견을 노출해온 비핵화에 대한 사전 조율이 어느 정도 진전을 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선 비핵화-후 보상'을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과 선을 그으며 대안으로 제시한 '트럼프 모델'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일괄타결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단계적 비핵화'를 거론한 것이 접점 마련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취소를 발표하기 몇 시간 전인 전날 오전 일찍 전파를 탄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북한 비핵화 방식과 관련, "물리적으로 단계적 (접근법)이 조금 필요할지도 모른다"면서 "그것은 '신속한 단계적 (비핵화)'이 돼야 할 것"이라고 '단계적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처음 언급했다.

    앞서 1차 담화에서 리비아 모델과 이 모델을 주창해온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정면 비판했던 김 제1부상도 전날 담화에서 "'트럼프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 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 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하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회담이 한차례 무산된데다 양측간 불신도 쌓여 있는 상태여서 회담 개최 카드가 살아난다 해도 세부조율이 늦어질 경우 그 시점이 당초 시간표인 6월 12일에서 미뤄질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전임 정권들과 달리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판 깨기'도 주저하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 원하는 수준의 합의가 담보되지 않는 한 섣불리 회담장에 나서지 않으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대통령은 단지 싸구려 정치적 곡예를 하려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하고 실제적이며 실질적인 해법을 얻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