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묘한 입장 감안하면서 북미정상회담 성공적 개최 필요성 논의

▲ 북한 노동신문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또다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했다고 27일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수행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왼쪽부터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 주영훈 대통령 경호처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김여정 당 제1부부장 / 연합뉴스

한미정상회담서 논의한 비핵화 방안·남북미 회담까지 거론했을 가능성도
문대통령 ‘적극 중재’ 행보… 반전 거듭 북미회담, 제 궤도 오를까
미국내 ‘대북 불신’ 해소 포석…‘정상간 직접소통’ 해법도 강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전격적으로 두 번째 정상회담을 했다.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두고 롤러코스터 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누구도 쉽게 예상치 못했던 ‘깜짝 회담’이 이뤄진 것이다.

무엇보다 4·27 정상회담 이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판문점에서 다시 만난 것 자체만으로도 두 정상이 현 비핵화 정세와 타개 방안을 얼마나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또 이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했을 가능성을 짐작하게 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이날 회담 개최 소식을 알리면서 “양 정상이 4·27 판문점선언의 이행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지금이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중대 고비라는 판단 아래, 회담의 ‘불씨’를 살리려고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에 나선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남북회담이 미국 내에서 흘러나오는 ‘대북 불신’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미회담을 제 궤도에 올려놓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으리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실무진이나 참모진들의 소통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강조해 온 대로 정상 간 직접소통에 나섰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한다.

그동안 참모진의 메시지가 회담 성사를 가로막는 상황이 되풀이됐다는 점에서, 정상 간 허심탄회한 대화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가 큰 관심사로 지목되는 가운데 그중 으뜸으로 꼽히는 의제는 역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였다.

북미 실무라인 접촉으로 순조롭게 개최될 것으로 보였던 북미정상회담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미국 비판 담화에 따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선언으로 성사 여부가 미궁 속에 빠져드는 듯했다.

그러나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뜻을 반영해 정상회담 성사를 바란다는 취지의 김 제1부상 담화를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화답하면서 회담은 다시 성사되는 쪽으로 분위기가 잡혀가는 흐름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본궤도에서 이탈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북미 정상이 이제는 보다 더 안정적으로 비핵화 담판을 위한 대화틀을 운용해 나갈 수 있게끔 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진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공식화한 24일 밤늦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들을 소집해 “북미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정상회담 성사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이번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이후 평화체제 구축과 같은 문제를 원활하게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미정상회담이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회담 성사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을 공산이 크다.

최근 며칠 새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혼란이 한 번 더 재연된다면 다시 북미 정상을 같은 테이블에 마주 앉게 하기는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행되면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고 한 만큼, 이를 포함한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논의결과를 김 위원장에게 설명하고 향후 북미정상회담에 신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하라고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 역시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핵심 의제는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론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의 중대 변수인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북미 사이의 견해차를 줄이는 데에도 집중했을지 주목된다.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선호하는 북한과 ‘속전속결의 일괄타결 해법’을 지향하는 미국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야말로 북미정상회담 성공의 최대 관건이라는 점에서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언제든지 한미정상 통화 등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 역시 북한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문 대통령에게 밝혔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후 성사될 것으로 점쳐지는 남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내용 역시 논의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넘어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선 남북미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데 3국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점을 감안한 추정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4·27 판문점선언의 이행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는 것도 눈길이 가는 지점이다. 

남북은 애초 판문점선언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을 16일에 열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이 한미 공중연합훈련인 맥스선더 훈련 등을 문제 삼으며 이 회담은 현재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5월 중 개최 시점이 못 박힌 장성급회담이나 6·15남북공동행사, 8·15 이산가족 상봉 등 판문점선언 당시 합의 내용의 이행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방미 당시 “북한이 비난한 맥스선더 한미연합 군사훈련 종료일인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 재개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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