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철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전 한국솔베이(주) 상무

최근 한국무역협회·국제무역연구원이 공동 분석한 4차 산업혁명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싱가포르가 세계 1위이고 한국은 19위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향후 5년간 4차 산업혁명에 선도적으로 대응해 혁신창업국가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진척이 없다. 2014년 싱가포르 리셴륭 총리가 ‘스마트네이션(Smart Nation)’ 정책 발표후 국력을 쏟아옴에 따라 로봇코디네이터, 정비예측 전문가, 데이터 과학자 등 2400여개의 새 직업이 생겨나고 전통적인 일자리가 신직종으로 전환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기업주와 근로자 협상시 양쪽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 정부 조정위원회의 조정권이 절대적이므로 갈등없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여 기업조직 변화를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다.

요즘 국내경기 침체, 중국의 수요 둔화, 유럽의 장기 경기침체 등의 경제위기가 겹친 데다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까지 대응해야 하는데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손을 놓고 있어 생존위기에 직면해 있다. 장기 저성장 시대에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절벽, 소비절벽마저 직면해 기업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데 산 너머 산이다. 한국의 노사관계는 평행선을 달린다고 표현할 만큼 서로 배려하지 않는 문화가 팽배해 있다.

어려운 시기에 살아남기 위해 미래 모습과 비전을 공유하며 상생하는 모습으로 오월동주(吳越同舟)라도 해야 하는데 안타깝다. 2018년 3월 현재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이 24%이고 2개월동안 26만개가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노동생산성은 OECD 35개 회원국 중 28위로 미국, 독일, 프랑스의 절반 수준이다. 필자가 기업현장을 방문해 보면서 숙련된 기술인력은 떠나고 기업현장이 무너지고 있는 암울한 실상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렇게 암담한 현실 속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생각을 바꿔야 한다. 기술변화, 시장변화, 경영 및 산업현장의 리스크 등을 연구, 교육해야하며 무엇보다도 경영자, 관리자, 현장직원 및 노조는 물론 협력사와 공급업체들이 모두 신뢰와 소통의 협업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일단 작게라도 시작해야 한다. 최고경영자가 스마트공장 구축방안을 수립하고 스마트공장을 향한 디지털화, 연결화, 스마트화 과정들을 이끌어야 한다.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일자리가 바뀌는 직원들에게 그들의 경험을 활용하여 새로운 일자리에서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교육 등을 최고경영자가 먼저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사람과 경험도 디지털화해야 한다. 스마트공장은 인력이 디지털화되고 공정과 공장이 디지털화돼야 공정과 현장직원, 관리자가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에서 실시간으로 협업을 할 수 있다. 은퇴나 퇴직을 앞둔 현장전문가 경험도 고객 경험도 디지털화해야 한다. 또한 고객의 감성적 영역을 디지털화하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고객의 사용빈도, 사용패턴, 기업과의 소통, 재주문 형태, 제품수명 주기에 따른 서비스, 취향 등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감성을 인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고객만족도를 제고하여 고객충성도를 최고로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넷째 구매·조달·유통 등을 온라인화하고 협력사와 함께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해 기존 가치사슬을 통폐합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소규모 사업자가 많아지고 자동화, 지능화 사업 등에서 파생된 1·2·3차 협력사의 일자리가 계속 생겨나며, 투자환경 조성에 따라 외국에 투자한 국내기업이 돌아오고, 시대적 요구에 따라 안전·보건·환경·에너지 등의 수요가 증가되어 일자리 수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제 기업현장을 혁신하여 스마트공장을 구축, 고객 맞춤형 다품종 소량생산을 활성화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과 협력사들을 아우르는 협업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생산성·납기준수율을 향상시키고 불량률·원가·제조리드타임을 줄여 국가 및 기업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때다.

박현철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전 한국솔베이(주)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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