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심 철학의 가치 실천 기관
조직문화 개선·복지철학 재점검
민주적 의사소통 문화 만들어야

▲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근래의 일이다. 울산의 한 방송은 수일에 걸쳐 지역 내 사회복지법인 대표이사가 법인과 시설을 운영하면서 소속 직원들에게 저지른 이른바 ‘갑질’로 볼만한 사례를 연속 보도하면서 ‘갑질’이 울산 사회복지계의 이슈로 떠올랐다. 급기야 울산사회복지사협회와 울산사회복지협의회는 공공과 해당 사회복지법인대표이사에게 언론보도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로 ‘갑질’ 중단과 함께 전반적인 개선요구를 담은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특히 사실관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그 결과 여부에 따라 사회복지사들의 노동권 및 생존권을 보호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아울러 사회복지사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사회복지 전달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도 요구했다.

지난주 초 울산시민연대도 이와 관련해 울산 소재 사회복지법인의 ‘갑질’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통해 제시한 해결방안으로는 사회복지사업 법인 공익신고센터 설치와 사회복지기관·시설 위·수탁 원아웃제도 도입, 비리연루자 클린 인사시스템, 공익신고 제보자의 신변 보호 요구 등이다.

‘갑질’은 최근 등장한 신조어로 시장경제하 계약의 쌍방을 의미하는 갑, 을에서 상대적으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의 정의롭지 않은 행동을 표현하기 위해 접미사 ‘질’을 붙여 만든 신조어다. 몇해 전부터 최근까지 이어지는 어느 항공사가 땅콩항공이라는 사회적 비난을 받을 때도 사주 일가의 갑질이 문제가 되었다. 또 다른 기업의 대표자가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는 기사에게 욕설과 모욕감을 주는 언행을 했을 때도 ‘갑질’이라는 용어로 비난을 받았다.

이렇듯 치열한 시장경제의 원리가 통하는 곳에서는 흔히 갑질이 문제가 되곤 한다. 그런데 인간중심 철학의 가치를 실천하는 사회복지 법인과 시설에서 갑질이 있었다니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사회복지법인에서 발생하는 갑질의 근본 원인은 법인대표자의 리더십과 조직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대표자 개인 특성이다. 사회복지법인의 대표이사나 시설장이 갖고 있는 철학과 가치는 곧 그 조직문화를 만드는 가장 큰 밑바탕이 된다. 권위적이고 독선적 성향의 리더가 지배하는 조직은 경제조직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조직에서도 쉽게 갑질 문화를 만들어 낸다. 왜냐하면 그들은 조직의 근본 지향점이나 구성원에 대한 인간적 처우보다는 자신의 통제 욕구 해소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리더가 바뀌지 않으면 조직의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두번째 조직문화이다. 조직문화란 조직 내에서 오랜 시간동안 형성되어온 조직구성원들의 가치관이나 행동양식을 말한다.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의 행동과 사회복지법인의 활동을 지배하는 중요개념으로 규정, 관습 등 여러 가지 요소를 형성하고 이는 복지시설에서의 사회복지사들의 활동에 큰 영향을 준다. 갑질의 원인 중 목표 지향적 조직문화도 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사회복지의 속성상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후원받을 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경우 오로지 다량의 자원획득에만 충실한 나머지 후원금의 모금과정이 정당한지에 관해 고민을 하지 않는 경우 갑질은 언제든 발생될 여지가 있다. 그리고 조직의 의사소통이 일방적이며 조직구성원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는 경우에도 갑질은 쉽게 일어난다.

갑질이 만연한 조직문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조직문화로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사람 존중을 목표로 하는 사회복지조직이 정작 사회복지사 등 구성원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의 전형이라고 하겠다.

갑질 문화를 없애고 바람직한 사회복지조직으로 변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음 몇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사회복지법인 운영에 있어 핵심가치를 인간존엄에 두고 있는지 확인, 점검해야 한다. 사회복지조직은 이윤 추구나 성과목표 달성에 목을 매는 조직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둘째, 후원금 모금 방식을 구성원들도 동의하고 공감하는지 의견을 청취하고 언제든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는 민주적 의사소통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료적 위계질서 보다는 개별 사회복지사에게 권한을 분배하는 수평적 조직으로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셋째, 사회복지조직은 군대 조직처럼 모든 조직구성원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수직조직이 아니다. 장애인, 노인, 빈곤계층 등 다양한 사람들의 살아가는 문제를 다룰 때는 가치가 내재 되어 있어 어떤 관점과 철학을 가지느냐에 따라 목표와 과정이 달라질 수 있는 한계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사회복지법인이란 명칭을 쓰지만 내부적으로 종교적 가치를 우선에 두고 설치된 종교형 사회복지법인들은 사회복지시설 운영에 있어 지나치게 종교 교리를 강요하는 부분이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교회, 성당 그리고 법당 등에서는 교리가 우선돼야 할지 모르나 사회복지시설은 종교 교리보다 인권을 더 우선하는 복지철학이 최고가 돼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갑질 논란이 울산사회복지계 전반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사회복지의 철학과 가치를 스스로 점검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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