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선임기자

님 주신 밤에 씨 뿌렸네. 사랑의 물로 꽃을 피웠네/처음 만나 맺은 마음 일편단심 민들레야/그 여름 어인 광풍 그여름 어인 광풍/낙엽 지듯 가시었네/행복했던 장미 인생 비바람에 꺾이니/나는 한 떨기 슬픈 민들레야…조용필 ‘일편단심 민들레야’(1981)

척박한 울산 석유화학공장의 계단에도, 매연 자욱한 도로가에도 문득문득 시선이 머문다. 백성의 꽃, 바로 민들레. 사립문 ‘문둘레’에까지 억척스럽게 피어난다고 해서 민들레라는 이름이 나왔단다. 뿌리에서 바로 잎이 난다고 ‘앉은뱅이’라고도 불린다.(동의보감 산림경제)

울산에서도 선거가 한복판이다. 민초들의 귀중한 한 표가 ‘가시밭 길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찾아’와서 한송이 민들레 꽃으로 개화하기를 기대한다.

민들레는 꽃과 씨와 잎, 뿌리가 기이하기가 이를데 없다. 꽃은 수많은 작은 통꽃으로 이뤄져 있다. 이 꽃은 꽃가루받이가 필요없는 무수정생식을 하기 때문에 세월이 가도 유전적으로 ‘어미와 자식’이 꼭같다. 뿌리는 굵고 곧게 곧바로 땅속으로 박혀있다. 마른땅에서 한번에 뽑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뿌리 때문에 ‘일편단심’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 필자 마당에 핀 민들레.

그 중에서도 민들레는 ‘홀씨’ 때문에 주목받는다. MBC 강변가요제 출신인 박미경이 1990년 ‘민들레 홀씨 되어’라는 노래를 발표하면서 민들레의 홀씨가 있느냐는 질문이 꼬리를 이었다. 민들레는 속씨식물이기 때문에 홀씨(포자)가 없다. 그저 대중가요를 흥얼거릴 뿐, 따질 생각은 없다.

‘달빛 부서지는 강둑에 홀로 앉아 있네/소리 없이 흐르는 저 강물을 바라보며/가슴을 에이며 밀려오는 그리움 그리움/우리는 들길에 홀로 핀 이름모를 꽃을 보면서… 어느새 내마음 민들레 홀씨되어/강바람 타고 훨 훨 네 곁으로 간다’.

1963년 베이비부머 막내로 태어나 울산을 ‘홀씨’처럼 떠돌던 그 세월, 강바람을 타고 그리움이 밀려온다. 이재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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