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반도 국제학술포럼을 다녀와서

▲ 최해상 민주평통 울산남구협의회장 울산남부경찰서 보안협력위원장

지난 5월18일부터 21일까지 통일부와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학교,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가 공동주최하고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와 북한대학원대, 민주평통 중앙아시아협의회가 공동주관한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 디아스포라(흩어진 사람들) 역할’을 주제로 2018 한반도 국제학술포럼(KGF) 통일문화연구원 참관단 일원으로 다녀왔다. 중앙아시아의 숨은 보석 카자흐스탄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지리적 이점과 국토면적(세계 9위, 한반도의 12배), 석유(매장량 300억 배럴, 세계 12위), 가스(매장량 2조4000억㎥, 세계 15위), 크롬 및 우라늄(세계 10위권) 등 에너지와 광물자원이 풍부한 발전 가능성의 높은 국가다.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후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고 중앙아시아 비핵지대화 설립을 주도하는 등 비핵화에 앞장서면서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우리와 깊은 공조를 하고 있다. 26년이란 짧은 수교기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여러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해온 배경에는 1937년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해 온 고려인의 성실함과 수교 이후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카자흐스탄 진출 등의 숨은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제학술포럼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바로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통일교육원) 정기풍 소장이 외교관(참사관급) 2명과 함께 참석한 것이다. 통일부 주최 국제포럼에 북한 외교관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최근 변화된 남북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 소장은 포럼에서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위해 모두가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민족 자주와 민족 대단결의 기치를 높여 나가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며, 민족 공동의 합의를 존중하고 이를 일관되게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통일방안에 대해선 “상대방의 사상과 제도를 그대로 인정하고 용납하는 연방국가를 창립하는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언제가도 실현될 수 없는 제도 통일을 추구한다면 북남 대결과 전쟁의 참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그간 주장해 온 ‘연방제 통일’을 통일부 주최행사에서 언급한 것을 보고 그동안 우리의 생각과 차이가 너무많아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한반도의 평화가 남과 북의 구상과 합의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현실과 마주치게 되니 안타까움이 배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국민적 중지를 모아 의연하고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첫걸음은 통일주체들이 사회통합에 대해 좀 더 철저한 준비다. 지금 여론은 남북정상회담후 정치나 경제차원에서 우선 통합준비를 해야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통일을 한다는 것은 서로의 이념을 공유해 남북한 사회차원의 통합이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그저 예전에 싸웠던 이웃과 화해하는 정도의 ‘낭만적 사고’로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사회체제 속에서 살아온 65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은 역사라 할 수 없다. 사회 일각에서 보이고 있는 북한 비핵화의 다음단계로 바로 뛰어넘으려는 신드롬을 경계해야 한다. 일례로 청년층에선 ‘통일이 되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고, 중장년층에선 북한 부동산 구입 얘기가 오간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합의는 벌써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마저 부풀리게 한다. 국제사회 대북제재 전열을 흐트러뜨리는 처사로 반드시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미래 한반도의 주역인 학생들에 대한 통일교육 또한 안보 중심의 낡은 틀에서 크게 벗어나야 한다. 통일부가 지난해 전국 초중고생 10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62.6%에 그쳤다. 고등학생은 50.2%에 불과해 낮은 통일인식을 가지고 있다. 통일시대를 이끌 주인공으로서 제 역할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틀에 박힌 기존 통일교육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평화통일을 적극 준비하는 실질적인 교육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통일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각처에 흩어져 있는 고려인·탈북자·조선족 등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는 ‘한민족 울타리’를 만들어 생각을 같게 하는 것이 통일기반 조성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최해상 민주평통 울산남구협의회장 울산남부경찰서 보안협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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