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대표 온두라스 평가전
활발한 움직임 공격포인트 올려
이청용·오반석은 반전기회 필요

▲ 지난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후반전 한국의 문선민(왼쪽)이 팀 두번째 골을 넣고 손흥민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승우. 연합뉴스

축구 대표팀이 2대0 승리를 거둔 지난 28일 온두라스 평가전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상대 멕시코에 대비한 실전 모의고사이기도 했지만 선수들에겐 최종 엔트리 잔류를 위한 치열한 오디션이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은 내달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까지 공정하게 선수들을 살피겠다고 했다. 하지만, 보스니아전에선 사실상 정예 멤버를 가동하겠다고 밝힌 만큼 온두라스전은 단순히 중간 평가 이상의 무게를 지닐 수 있다.

부상으로 낙마한 권창훈(디종), 이근호(강원)를 제외한 26명의 태극전사 가운데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잘츠부르크), 김신욱(전북) 등 공격수 3명, 김승규(빗셀 고베), 조현우(대구),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 골키퍼 3명은 사실상 경쟁에서 자유로웠다.

그러나 미드필더 중에선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이재성(전북), 정우영(FC도쿄), 수비수 중엔 사실상 사전캠프 동행을 약속받은 장현수(FC도쿄) 정도를 제외하곤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탈락과 잔류의 기로에 선 10여명의 선수 중 온두라스전을 통해 최종명단에 크게 한걸음 다가간 선수는 이승우(베로나)와 문선민(인천)이다.

28인의 예비 명단에 깜짝 발탁돼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이승우와 문선민은 생애 첫 A매치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특히 스무 살 막내 이승우는 신 감독이 자신을 전격 발탁할 때 기대했던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히 아는 듯했다.

빠르고 활발한, 때로는 과장된 움직임으로 경기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준 것은 ‘도움 1개’ 이상의 큰 성과였다.

경기 후 신 감독은 이승우에 대해 “악착같고 센스가 있었다”며 “(감독이) 뭘 원하는지 파악했고 원하는 플레이를 알아채서 잘 해줬다”고 칭찬했다. 상대팀 온두라스 감독조차도 이승우가 불어넣어 준 활기를 높이 평가했다.

문선민의 발탁은 이승우보다 더 모험이었다.

문선민도 그것을 잘 알기에 온두라스전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줘야 했다.

누구보다 초조하게 벤치를 지켰을 문선민은 후반 11분 기회를 얻자마자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는 듯 열정적으로 뛰었다.

월드컵 무대에 설 자격을 증명하기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문선민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 K리그에서 6골을 넣어 이동국(전북)과 더불어 국내 선수 가운데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선민은 신태용호에 부족했던 골 결정력을 채워 넣으며 존재 가치를 드러냈다.

치열한 수비수 경쟁에서는 고요한(서울)이 경합 지역에서 안정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한 고요한은 특유의 폭넓은 활동 범위를 과시하며 확실하게 제 몫을 했다.

수비수로서 무실점 경기에 기여하면서 인상적인 슈팅과 크로스로 ‘공격 본능’도 과시했다.

온두라스전을 통해 러시아에 가까워진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 더 보여줘야할 것이 남은 선수들도 있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승선해 선발 출격한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은 부상으로 조기에 교체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오른쪽 날개로 나섰던 이청용은 초반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상대 선수와의 충돌 후 두 차례나 쓰러져 한동안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후반 11분 교체됐다.

일단 신 감독은 큰 부상이 아닌 것 같다고 판단했으나, 출전 시간 부족에 따른 경기감각 우려를 떨쳐버리기엔 아쉬운 모습이었다.

이승우, 문선민과 더불어 생애 첫 A매치에 나선 오반석(제주)은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시간이 부족했다.

후반 26분 교체 투입된 오반석은 후반 스리백과 포백을 오간 대표팀의 수비진에 잘 녹아들었지만 경기 흐름 자체를 우리가 주도한 탓에 수비수로서 능력을 100%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었다.

오반석으로서는 보스니아전에서 다시 한 번 실전점검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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