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그날은 아마 이맘때쯤과 같은 화창한 봄과 여름의 어느 사이였을 것이다. 교육대학교에 입학을 해서도, 다른 대학교 동기들이 임용시험을 치르고 교사가 되는 것이 당연히 생각하였던 때에도 나는 내가 시간이 지난 후 교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훌륭한 교사가 될 자신이 없었다. 나는 학창시절 한번도 모범생인 적도 선생님이 좋아할 만한 학생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학교 강의에 들어가기보단 도서관에 틀어박혀 소설과 철학서를 읽기 좋아하던 나는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모님과 상의도 없이 휴학을 하기도 하였다. 혼자 대학 교정을 돌아다니면 수많은 교대생 사이에서 나만 우주 속에 남겨진 존재같이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노 교수의 첫 교육철학 수업을 들어갔던 나는 그 교수로부터 너의 교육철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사실 교사 양성 기관인 교육대학교에도 부적응하고 있던 내가 페스탈로치처럼 거창한 목적의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노 교수의 물음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때 대답하지 못한 것이 맘속에 남았는지 아니면 왜 나는 한 번도 당연한 물음에 스스로에게 묻지 않았었는지 자책이 들어 그날 이후 스스로에게 너의 교육철학은 무엇인지 되묻곤 하였다.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고 나서야 나는 참으로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교육공동체의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교편을 잡고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몇 주 후면 6·13지방 선거에 울산 교육의 수장을 뽑는 교육감 선거도 치러진다. 울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 또한 민주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한 표의 가치를 생각하며 여러 후보들의 교육관과 공약들을 수없이 살펴보고 밑줄 그어가며 읽어보면서 바라보고 있다. 최신 교육 트렌드에 발맞추는 공약부터 요즘 이슈가 되는 톡톡 튀는 교육복지 정책까지. 현장에 있는 나는 학교 현장에 변화를 가져올 공약들을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살펴보게 된다.

올해 선거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과 색깔론이 아닌 매니페스토(공약과 관련해 예산과 추진 일정 등 구체적 방안을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선거 공약) 실천을 위한 후보자들의 노력을 보면서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민주주의가 좀 더 실현되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끼는 5월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애정어린 시선으로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그 수많은 공약 속 당신의 교육철학이 들어있는지, 있다면 그 교육철학은 무엇인지 말이다. 또한 진정 그 교육철학이 학교 교실에서 꿈을 잃어버린 아이들의 미래를 찾을 수 있는 것인지, 스승은 사라지고 직업으로서의 교사만 남아 가고 있는 학교 현장의 구성원들을 웃을 수 있게 만들 수 있는지를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각종 사회 문제와 범죄, 윤리의식 등에 있어 문제의 원인을 교육의 부재로 치부하곤 한다. 늘 해답의 마지막은 ‘교육이 문제야’ ‘학교 교육이 잘못되었어’ ‘선생들이 그 모양이니 사회가 이렇지’라고 말하곤 한다. 교육공동체에게 가혹할 수 있지만 그만큼 교육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 교육의 대표인 교육감을 뽑는 이번 선거는 우리의 삶에 중요하며 유권자 한 명 한 명이 훌륭한 파수꾼이자 동시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어떤 이는 말한다. 누구를 뽑던 우리의 교육은 바뀌지 않을 거라고. 그동안 피선거권자들의 공약이 지켜진 적이 얼마나 있었냐고. 하지만 눈 나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한 교실에서 나는 순진하지만 이번에도 손꼽아 기다린다. 그 누군가가 울산교육에 희망과 감동을 줄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맞기를. 자기 자신의 영달이 아닌 교육철학의 중심에 우리 아이들이 있기를.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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