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산 굿네이버스 울산나눔인성교육센터 대리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투표 연령은 만 19세 이상으로 아동·청소년들은 선거에 대한 참여권이 없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내기 어렵다. 사실 아동·청소년들은 보호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인간으로서 주도권을 가지고 자신의 권리에 대한 의견을 제기할 수 있는 삶의 주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 제도가 이러한 권리를 보장해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아동·청소년들이 지역 사회 등에서 동등한 주민으로 함께 살아가지만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굿네이버스 울산나눔인성교육센터에서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울산지역 아동권리옹호 정책 제안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울산지역 11개 중·고등학교 2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굿네이버스 청소년단’의 대표학생 15명이 참여했으며 ‘등교, 생활, 수업, 안전, 환경, 문화(여가·놀이)’의 분야로 나눠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회에서 발표된 의견의 대표적인 예로 생활분야에서는 교내 교복 착용에 대한 규제가 심하고 기준이 계절별로 달라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으며 교복의 불편한 착용감이 학습능률을 저해하는 원인이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학교에서는 대부분 학업중심의 주입식 교육으로 이뤄져 예체능 수업을 통해 다른 분야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뿐 아니라 학교 밖에서조차 문화활동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놀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본적인 안전·환경에 관한 권리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었는데 학교 근처 불법주차 차량, 신호등 미설치로 인한 안전문제와 미세먼지로 인한 학습 환경 저해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사실 이런 구체적인 의견은 학생이 직접 학교와 일상생활을 통해 느낀 부분이므로 아동권리 실현을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부분이다.

토론회에 참여한 한 학생은 “평소 정책에 대해 비판은 해보았지만 어떻게 바꿀지 생각해볼 기회는 없었기에 토론회 참여 자체가 새로웠고 뜻깊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문제 제기뿐만 아니라 학교별 환경사항 평가, 청소년 문화 이용 Day 등 환경, 문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해결방안도 제시됐다.

학생의 소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에 대해 돌아보고 해결방안을 직접 고민해보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아동권리 실현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지난 2016년도 굿네이버스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아동권리지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아동 중 유엔아동권리협약의 내용을 담은 아동권리교육에 참여한 적이 있는 학생은 6.6%, 학생 자치위원회 등 정책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학생은 3.7%였다.

이와 같은 아동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아동도 우리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주인이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따라서 작게는 가정에서부터 학교, 지역사회, 국가에 이르기까지 아동·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 아동이 의견을 내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이런 참여의 장이 활발히 마련돼 성인의 시각이 아닌, 아동·청소년들의 시각에서 권리를 보장하는 울산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정산 굿네이버스 울산나눔인성교육센터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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