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남자의 몸이 가위에 눌리거나 극도의 위험에 처했을 때 온몸은 흐물흐물 풀어져도 근만이 빳빳하게 뭉쳐진다. 그것은 죽음에 저항하는 마지막 생명의 몸부림이다. 침에 찔린 지렁이의 뻗댐과 같은 것이다.

“아, 이게 남자의 그거군요.”

선 머슴애 같은 상희공주도 얼굴이 발그레해지며 사타구니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상희공주는 어머니와 오빠 거련의 성화에 못 이겨 신라의 실성왕과 혼약을 해놓은 상태였다. 철저하게 계산된 정략결혼으로 신라를 혼인동맹으로 장악해 고구려의 남진정책의 보루로 삼겠다는 것이다.

실성왕도 신장이 7척5촌인데다 대단한 야심가여서 질자시절부터 속앓이를 하며 탐을 냈던 고구려의 공주와 혼인하기 위해 아들까지 낳은 왕비인 아류부인을 내쳤다. 그리고 내물왕의 왕자인 복호를 고구려에 인질로 보내 고구려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

하지만 상희공주는 실성왕과는 나이 차가 꽤 나는데다 이미 실성왕이 혼인한 적이 있어 후처로 가는 기분에 마음이 전혀 내키지 않았다. 부왕인 광개토대왕도 사랑하는 상희공주를 무리하게 정략결혼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광개토대왕 자신도 어릴 때 오부의 강자인 연나부 장화왕후와 억지로 혼인해 사랑 없는 삶을 살지 않았던가. 광개토대왕은 정략결혼에 반대하고 상희공주가 원하는 남자와 결혼하는 게 좋다는 뜻을 비쳤으나 왕후의 뜻을 꺾진 못했다.

상희공주가 물수건으로 하지왕의 사타구니를 닦아내며 말했다.

“신기하게 생겼군요.”

“…….”

하지는 민망하여 말을 할 수 없었다.

“처음 보오?”

“처음이에요. 만져 봐도 돼요?”

맹랑하고 기습적인 말이었다.

“에?”

뜬금없는 상희공주의 말에 하지는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상희가 어릴 때부터 말괄량이로 자라고 제멋대로 행동을 했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물가물하던 하지의 의식이 찬물을 뒤집어쓴 듯 확 깨어났다. 냉찜질로 체온이 떨어진 하지의 몸에 소름이 돋고 서늘한 기운에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처음엔 손으로 살짝 쓰다듬었다. 그러다 보드라운 손으로 만지작거리자 하지의 의지와는 다르게 근이 조금씩 탱탱해졌다.

‘아.’

하지는 그런 와중에 함께 온 투야가 생각났다.

‘구투야는 어떻게 되었을까?’

근을 만지다 달아오른 상희가 골붉은 하지의 근에 하악하악 입김을 뿜으며 말했다.

“아, 어떡하지.”

 

우리말 어원연구

속앓이. 【S】soka(소카), 【E】agony.

(본보 소설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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