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상희가 목덜미까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하지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밀었다.

“잠깐.”

하지왕이 상희공주에게 말했다.

“구투야는 어디 있소? 나와 함께 온 구투야는 어떻게 된 거요?”

상희공주는 구투야가 압슬과 인두, 주리 등 온갖 형문을 당한 뒤에 국내성 앞 저잣거리에서 네 마리 말에 끌려 사지가 찢어져 죽었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아이, 오빠는 지금 왜 찬물을 끼얹는 구투야 얘기를 해.’

상희공주는 벌거벗고 누워 있는 하지의 밑에서 말했다.

“지금, 다른 생각은 말고, 오빠만 걱정하세요.”

“거련 태자가 구투야와 날, 가만두지 않을 텐데.”

“오빠는 내가 반드시 살릴 거예요.”

“그럼, 구투야는……”

구투야는 죽은 게 분명했다.

‘아, 구투야.’

하지왕은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버르적거려도 맹독의 잔열로 몸이 마비가 되어 옴쭉달싹도 할 수 없었다.

상희공주는 하지의 근에 입술을 대었다. 하지의 의지와는 달리 골붉은 근은 탱탱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녀의 입술이 처음엔 손바닥 위에 파닥이는 물잠자리 날갯짓처럼 간지러웠다. 차츰 흐르는 냇가의 차돌 잔등처럼 매끄럽게 느껴지더니 나중에는 문어의 흡반처럼 쩍쩍 달라붙었다. 몸의 모든 감각이 마비되고 근 하나에 오감이 몰려있는 지금, 그의 긴장된 뇌는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야릇한 쾌감으로 이완되고 있었다.

“아, 상희야.”

그는 성숙한 여인이 되어 나타난 상희의 존재가 두려우면서도 궁금해졌다.

‘상희는 어떤 여자인가?’

광개토대왕의 딸이고 이제 왕이 된 거련의 누이인 그녀는 왜 죽음의 관에서 나를 구하고 항거할 수 없는 내 몸을 탐하는가.

“올라가도 되요?”

어떠한 제지 행위도 할 수 없는 무방비의 하지에게 일일이 ‘되요?’라고 물으면서 그녀는 할 것을 하고 마는 것이다.

상희는 치마를 걷고 하지의 몸 위로 올라왔다.

“안 돼!”라고 말을 하고 싶어도 이제는 맹독열이 입술까지 올라와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온몸에 퍼진 맹독의 잔열로 근과 입술을 제외한 모든 곳이 마비된 상태였다.

맥없는 몸으로 교합을 나누다간 근력이 고갈되어 복하사하기 알맞은 형국이었다.

그녀의 허리가 상하좌우로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근을 처음 본다던 여자가…능숙하게 노를 젓듯 하지 않는가.’

 

우리말 어원연구

노. 【S】no(노), 【E】oar. 영어 ‘row’는 ‘노젓다’라는 뜻으로 실담어에서 유래함(강상원, 조선고어실담어주석사전, 226p)

(본보 소설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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