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이 명품거리를 각 읍면별로 조성하기로 했다. 모두 12개의 명품거리가 목표다. 그 중 5개 읍의 명품거리를 먼저 조성하기로 하고 31일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에 들어갔다. 이날 ‘명품거리 조성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착수보고회’에서는 각각의 거리를 어떻게 꾸밀 것인지 추진 방향이 제시됐다. 그런데 기대감 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각 읍면별로 이용자가 많은 거리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거리를 명품으로 만들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옹벽에 그림을 담거나 난간과 펜스 등에 지역특색을 담은 문양을 새겨넣는 것으로 명품거리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울주군이 이날 내놓은 추진방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범서읍 선바위도서관길(450m)은 ‘지식을 잇다’를 주제로 노후된 펜스와 난간 정비, 옹벽의 주야간 경관 개선, 알루미늄 타공판을 이용한 낙석방지책 설치 등이 계획돼 있다. 또 곳곳에 휴식공간과 포토존을 설치한다. 역사적 사실을 옹벽이나 시설물 등에 디자인한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온산읍 덕신어울길(793m)은 ‘빛이 어우러지다’를 콘셉트로 야간 조명을 설치한다. 언양읍성길(2510m)은 ‘역사를 따라 거닐다’를 주제로 역사적 사실을 이용해 디자인 거리를 만든다. 온양읍 대운산길(2200m)은 옹벽에 주변 경관을 활용한 디자인을 입힌다. 청량읍 영축가람길(3640m)은 낙후된 옹벽과 비포장 도로, 어두운 터널 등을 정비하고 곳곳에 휴식공간과 포토존을 설치한다.

우리는 그동안 거리 꾸미기에 있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수많은 지자체들이 문화의 거리, 디자인거리, 걷고 싶은 거리 등을 수없이 만들었으나 오랫동안 호평을 얻은 길은 그리 많지 않다. 더러는 조형물과 그림 등의 치장이 유치하거나 이용자가 거의 없는 길에 예산을 쏟아부어 예산낭비라는 혹평도 쏟아지고 있다. 거리를 명품으로 만드는 것은 한때의 유행을 좇는 치장이 아니라 시간과 사람이 만들어낸 문화이기 때문이다. 오랜시간이 걸려 형성된 가로수가 아름다운 거리, 훌륭한 건축물로 둘러싸여 있는 거리, 이름난 문화공간이 있는 거리 등 말이다.

쾌적한 환경을 갖춘 거리를 만든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건축물의 파사드와 보기 흉한 시설물을 개선하고, 보행로에 튀어 나와 있는 지장물을 단속하고,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시로 치우는 등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많은 예산을 들여 명품거리를 만드는 것보다 더 유용하지 않을까 싶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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