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건축기술·문화 가치 겸비
문화콘텐츠로 세계적 경쟁력 확보
한옥에 대한 지원 확대·강화해야

▲ 김훈 경주전통한옥학교장

지하자원이 빈약한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가장 크게 신경 써야 할 국제 경쟁력의 소재는 기술력과 문화다.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경쟁력은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이지만 기술력은 상당 부분에서 세계적 맹위를 떨치고 있다. 또 K-POP으로 인식되고 있는 문화적인 부분의 약진은 최근 ‘방탄소년단(BTS)’이라는 아이돌 그룹의 빌보드 차트 1위 기록이라는 놀라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필자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관점에서 한옥의 우수성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지자체의 여러 행태들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한옥은 위에서 말한 기술력과 문화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국제 경쟁력의 소재이다. 나무를 기본 소재로 하고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의 건축물과는 다른 여러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가 위치한 지정학적 특수성과 맞물려 있다. 중국 건축의 아찔한 지붕 경사면이나 화려함을 배제한 자연 산천을 닮은 유려한 맵시와 일본 건축의 과도한 인공적인 섬세함을 누르는 철학적 냄새가 그것이다. 북방의 온돌과 남방의 마루를 모두 수용한 포용의 모습도 그러하다. 이외에도 여러 특징과 장점이 있음에도 해방 이후 외래 문물의 무차별한 수입과 철학적 고찰없는 수용으로 한옥의 우수한 건축 기술과 문화적 가치를 한낮 과거의 유물로 치부, 지금에서야 참담한 자기 성찰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10여년 전부터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옥 건축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이 강구되고 있는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인기를 상승시키기 위한 임시방편식 처세가 대부분이라는 일부 지적이지만 그래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물을 양산해 내고 있기에 한옥 교육과 짓기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와 같은 사람에게는 불행 중 다행이라 할 것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지원책의 핵심은 경제적 지원에 집중돼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기로 하자.

첫번째는 경주로 대변되는 전면적이고, 파격적인 지원이다. 경주는 시내 뿐 아니라 외곽에 있는 면단위까지 전 지역에 걸쳐 건축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기와와 담장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고 있다. 또한 황남동 등 별도의 지역을 추가로 지정해 신축·대수선에 엄청난 자금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 ‘역사문화 미관지구’ 내에서는 한옥 아니면 아예 건축 자체를 제한하는 조례를 만들어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말 그대로 한옥의 메카라 할 만한 곳이다.

두번째, 대구 같은 경우와 같이 ‘한옥 진흥지역’과 ‘일반지역’으로 나뉘어져 있긴 하지만 도시 전체에 걸쳐 한옥의 신축·대수선시 상당한 자금을 제공하는 곳이다. 이 역시 한옥인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세 번째는 상당수의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방법으로 주로 ‘도시 인구의 유입’이라는 복선을 깔고 이뤄지는 군 단위의 낮은 지원금 제도다. 상당 부분 도시민의 별장이나 과시욕을 위한 공간으로 전락했지만 그래도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많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네 번째는 지금은 지원 방식과 형식이 다소 바뀌었지만 예전 전남에서 이뤄졌던 방식과 같은 일정 규모 이상의 집단 신축 한옥 주거단지에 대해 기반시설 비용의 상당 부분과 건축비의 일부 무상지원 및 장기 저리 대출금 지원 등이 그것이다. 이 방법 역시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 할 순 없겠으나 근거리 도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 면도 상당하다 할 것이다.

다섯 번째는 이제 새롭게 한옥에 대한 다소의 인식과 인기 영합식, 보여 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감내하면서 조례 등의 제정을 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다수 지자체의 행태가 그것이다. 서로의 이해관계나 셈법은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아파트로 대변되는 양옥 건축은 결코 우리 민족의 정서적 정체성을 보여 주지 못할 만 아니라 문화적 가치나 국가 경쟁력의 한 축을 담당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한옥의 여러 우수성에 비견할 가치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문화 콘텐츠로써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기에 충분할 뿐만 아니라 한민족이라는 정서적 정체성까지 갖춘 한옥에 대한 지원책이 더욱 강화되고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훈 경주전통한옥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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